이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며칠 후에 또 이사를 해야된다. 가까운 곳도 아니고 장거리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저 남쪽 한라산이 있는 제주도에서 이곳 강원도까지 왔고, 또 고향이긴 하지만 머나먼 전남 지방으로 다시 이사를 가게되니 기쁘기도 하면서 걱정이 태산만 같다.
낮도 설고 물도 선 강원도 땅 강릉에 와서 10여 개월 사는 동안 경포대·설악산을 비롯하여 이곳저곳의 관광도 했고, 이잰 지리도 밝아 그런 대로 취미가 붙고 정이 들만할 시기에 또 이사라니 섭섭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제주도를 떠날 당시만 해도 그랬었다. 결혼을 해서 남편을 따라 제주도까지 가서 살게 됐고, 한라산을 위시하여 이곳저곳의 관광을 마치고 10여개월 동안 정든 이웃을 멀리하며 만삭의 몸으로 떠났는데, 여기 와서는 식구가 하나 늘어서 이곳을 떠난다.
또 가는 곳은 명승 관광지가 되고 한려수도가 있는 전남 여수 지방이라니, 이사가 아니라 관광지 순례 같기도 하다.
우리가 관광지를 쫓아 이사를 하게 되니, 남들은 좋겠다고 들 말하지만 박봉에 자주 옮기는 것도 고역이며 결과적으로 손재수에 불과하다.
가는 곳이 항상 장거리가 되고 보니, 경비도 많이 나며 버리자니 아깝고 가져가자니 짐 되는 것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사 후에는 꼭 파손품이 뒤따라 가계를 좀먹게 되고, 파손품이 생기지 않도록 정성 들여 짐을 꾸리느라, 화물 탁송을 하느라, 찾아 풀고, 정리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바에야 다시는⒭ 이사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의 직장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일이고 보니 가슴 아픈 일이다.
안정된 보금자리를 찾기까지 꾸준히 저축하고 알뜰한 살림을 해야지 하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으며, 그 동안 아무 말썽 없이 잘 자라준 광교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손으로는 이사 갈 날을 하루하루 손꼽아 헤어 본다. 김순남 (강원도 강릉시 일당동 87-5) (이사를 했으면 새 주소를 알려주십시오. 편집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