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내외의 충격 속…주요품목의 수급전망|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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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경제는 격동하는 변화 속에서 1년을 보냈다. 외적으로는 국제통화파동·원자재전쟁, 그리고 유류「쇼크」로 크나큰 충격을 받아야 했으며 마침내 주요품목의 가격대폭인상이라는 사태에 직면했다. 내적으로는 유례없는 수출호황에다 원자재품귀라는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전개과정을 앞에 놓고 갈팡질팡했다. 결국 내외 여건의 각종 변화가 물자의 수급·가격 면에 집결된 셈이다. 이제 불황 속의 「인플레」진행이라는 불길한 예고가 있는 가운데 각종물자의 비상점검을 해본다. <경제부>
작년까지만 해도 너무 남아 골치를 앓던 비료가 금년 들어선 품귀파동을 빚었다. 비료소비권장이 절약으로 바뀌었다. 금년8월부터 비료는 실수요자판매제로 바뀌어 사실상의 배급제가 실시되고 있다.
농협에서 7백49원에 파는 요소한부대(30㎏)가 실제2천5백원에까지 뒷거래된 실정이다. 물론 수출도 전면중단상태에 있다.
비료는 주원료가 공기이고 또 거의 국산자급이 되기 때문에 최근의 품귀파동도 세계적인 원자재난이나 석유 파동 탓이라고는 볼 수 없다. 현재국내비료공장의 가동률은 1백%가 넘고 있다. 국내시설이 「풀」가동되고도 비료파동이 나는 판에 앞으로 석유소비절약이 강행되는 경우 사태는 심각하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비료공장은 기간산업으로서 우대를 받고도 석유공급량이 작년비 10%가량 줄 것이라 한다.
그만큼 국내생산이 줄 것은 명백하다. 금년 들어 국내비료소비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통일벼는 재래량보다 훨씬 비료가 많이 들며 이외에 산림·정원수·고등소채용 등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 금년 들어 공업용비료수요도 두드러지게(약35%) 늘고 있다. 앞으론 사료용도 증가될 전망이다. 금년 비료소비증가율은 지난 10년 동안의 연 평균 증가율 14%의 2배가 넘는 30%가까이 되고 있다.
비료의 부족기조는 가수요까지 낳아 구득난을 더욱 심화시킨다. 비료소비의 격증은 경지확대단의 당시 비량 증대에도 원인이 있지만 비료값의 상대적 저위에도 영향이 많다. 65년엔 쌀 한 가마가 비료 5부대 값이었으나 최근 비료값을 올리기 전만 해도 15부대를 살 수 있었다.
퇴비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 볼 수 있다. 비료값의 저위는 정부의 막대한 재정부담으로 유지된다.
이러한 재정적자 누증과 소비격증을 시정하기 위하여 정부는 12월4일자로 비료값을 30%인상했다. 비료값을 요소한 부대 7백49원에서 9백74원으로 올려도 쌀 한 가마는 비료 11부대 값이다.
우리나라에서 비료는 종래 수입에 의존했으나 정년 67년 한비 등의 준공을 전환점으로 자급체제를 갖추었으며 질소질은 공급과잉으로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며 출혈 수출까지 했다. 70년이래 재고도 매년 50만t씩 이월 시켜 왔다.
72년은 총1백18만t을 공급, 37만t을 73년으로 이월시키고도 14만9천t을 수출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비료 생산이 질소 70%, 가리 23%, 인산 7%로서 질소질 비료는 남아 수출까지 하면서도 한편으로 인산과 가리는 소량씩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금년 들어선 비료의 절대량이 달렸다. 수출을 막아야 겨우 자급을 기할 수 있는 형편이다.
73년 우리나라의 비료수요는 82만4천t(공업용 2만3천t 포함)으로 예상되는데 공급능력은 72년 이월 37만t, 국내생산 65만8천t, 수입 3만6천t 도합 1백6만4천t으로서 수출을 중단하고 명년 이월을 작년의 절반정도로 줄여야만 겨우 수급균형을 맞출 수 있다.
10월10일 현재 농업용은 금년수요량의 85%인 68만2천t이 소비되었는데 이는 작년 한햇동안의 수요량 66만5천t을 이미 초과한 것이다.
공급 면에선 국내생산이 금년계획의 76%밖에 안돼 수요증가율에 못 미치고 있다. 74년의 총수요량은 약1백만t이 넘을 전망인데 국내생산능력은 77만t밖에 안되어 약20만t이상 수입해야 할 형편이다. 이제까지 과잉이었던 비료는 금년부터 부족으로 바뀌고 이것이 7비(30만t)가 가동되는 75년까지 계속될 추세인 것이다. 때문에 비료의 실수요자판매제도 당분간 풀릴 것 같지 않다.그러나 현 한국의 ㏊당 시비양은 2백31㎏으로서 일본의 절반에 불과하며 앞으로 식량증산·산림개발 등을 위해 비료 사용량을 계속 늘려야 할 판이다. 이런 추세에서 비료의 부족기조가 뜻하는 바는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이다. <최우석 기자>

<나의 견해>산림용 등 수요급증에 원인, 내년엔 백11만t 공급계획|남욱<농수산부농산차관보>
올 비료파동의 원인은 ①연평균 수요증가율이 7%선에 불과한데 비해 24%에 달하는 갑작스런 수요급증 ②예기치 못했던 산림용 비료수요 ③가수요 등에 따라 미처 지역별 수요를 충분히 공급해 주지 못한데서 일어난 것이다.
내년으로 27만t이나 이월되기 때문에 전체 물량은 부족함이 없었으나 일부지역에서는 지역간 재고의 불균형 때문에 품귀현상을 빚어냈던 것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계속 수출을 중단시켜 전체물량을 올해보다 14%가 늘어난 1백11만t을 공급하고 수요도 24%가 증가한 올 수요에 다시 14%를 늘린 95만t으로 잡고 있다.
또 농협에 비료상황실을 설치, 계획적인 수송을 통해 지역간 불균형을 사전에 해소시킬 계획이다.
비료판매가격은 30%인상됐으나 내년 중에는 다시 인상이 없을 것이다. 정부 인수가격은 지난 유류 가격 및 전기료 인상 등이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계산한 다음 곧 올릴 것을 검토중인데 대체로 15%선이 되지 않겠느냐는 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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