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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속 약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10월은 약화의 공포가「온·퍼레이드」를 벌인달. 6일의 부산 금정약국 살인 감기 약 사건을「스타트」로 월여사이에 대전·군산·서울 등 전국 7개 시에서 10건의 각종 약사고가 연거푸 알려져 희생자가 아무든 자그마치 12명.
흡사 약 중독사 사고의「레이스」나 벌어지듯 곳곳에서 발생한 약물시비는 끝내 약국 불신 바람마저 불러일으켰고 약국은 약국대로 매상 반감의 비명을 지르게됐다.
약사들에겐 수난의「10월 상달」이었던 셈-.
처음 3명의 희생자가 난 금정약국 조제 감기 약 사건이 터졌을 때 감독기관인 보사부는 마치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특히 관계국장은 공교롭게도『의약품 품질검사에 공이 컸다』는 공적으로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직후여서 여간 겸연쩍은 듯한 표정.『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는 해명성화에「피의자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약물감정중인 과학수사연구소에 알아봐 달라고 사정-.
대한약사회측도 마찬가지. 전국 9천여 개업 약국을 감독하는 총사령관격인 박한욱씨(개국약사회위원장)는『자동차를 이용하는 한 교통사고가 있듯이 약이 있는 한 약화는 어쩔 수 없지 않으냐』며 차라리 허탈에 빠졌다. (K기자 수첩에서)
쥐약 탄산「바륨」을 제산제 탄산「칼슘」으로 잘못 소분해 낸 문제의 부산친화약품은 전 대표 허승활씨(41)가 4억원대「히로뽕」밀조단의 원료 공급책인 것이 드러나 약화사건 월여전에 폐쇄된 곳. 당시 허씨는 자신이 구속되면서 소분업 허가 취소만이라도 면해볼 욕심으로 이모씨(43)를 새 대표로 등기해놨으나「회사는 실상 허씨 것」이라는 이유로 끝내 폐쇄되었던 것-. 이 때문에 새 대표로 이씨가 항의, 보사부에선 한때 폐쇄의 적법 여부로 골머리를 싸맸지만 사건이 터지자『어쨌든 폐쇄시키길 잘했다』며 총망 중에도 예의 PR일석을 잊지 않았다.
부산친화약품 수사 1선 공무원들의 떳떳지 못한「관례」가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여름 정기감시를 나간 보사부 약무사 옥모씨 등 2명이 점심값 조로 2만원을 상납(?)받은 것이 그것. 엉터리 소분을 눈감아주고 받은 것이 아니어선지(?) 당자들은 모두 피의자조서만 받고 풀려났지만 부내서도『아무 것도 아닌데 괜히 망신살만 뻗쳤다』고-. (K기자 수첩에서)
사건의 원인은 결국 부산세관의 공매처분 및 부산친화약품의 소분「미스」로 귀결됐지만 이 같은 곁과는 약사회로선 구세주와 같은 것.
어제까지 수세에 몰렸던 약사회측은『구속된 약사(강상수·37)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그 동안 크게 피해를 본 약사불신이 억울한 듯 도하 각지에 대대적인 해명광고를 대며 일대「롤백」작전.
그러나 감정기관인 과학수사연구소 당국자는 그 같은 해명에 펄쩍 뛰기도 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탄산「칼슘」은 백색이고 탄산「바륨」은 회색이 돌아요. 조금만 유의했으면 금방 구별이 돼요. 또 약을 봉지에 나눌 때 손끝에 오는 무게 감각도 달라요. 나도 탄산「칼슘」을 많이 써봐 압니다』-.
이 당국자는 그달 30일 서울 삼일당에서 열린 약사회 학술강연에 나가 단단히 나무라겠다고 벌렀지만 막상 강연회장엔 보이지 않았다.
그이도 약사-. (S기자 수첩에서)
한편 약화시비가 이에 그치지 않고 잇따라 일어나 약사의 조제권에 대한 학계의 물의가 일자 감기철「장사」를 망친 일선 약국의 분노(?)는 엉뚱하게 약사회 집행부에 비화, 불신임소동의 자중지난을 치르기도. 최근 수년 내의 과학수사 연구소 집계로는 의사들의 과실치사사건은 54건이나 되는 반면 약에 의한 과실치사는 불과 8건밖에 안돼 의사들의 실수가 월등 많은데도 유독 약사사고가「클로즈업」되는 것은 집행부의「활동」부족 때문이라는 비판에서였다.
특히 이들 일선 약국은『죽는 사람이 약 안 먹고 죽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이대로 가다간 깔딱깔딱 숨이 넘어가는 사람이 일부러 약을 사먹고 약 때문에 죽은 것처럼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리기까지. 소동은 약사회 기금을 눌러 적극 홍보 활동을 펴기로 해 가까스로 가라앉았다.
한달을 끈 약화「시리즈」는 결국 과학수사연구소 등의 부검 및 약물감점결과 탄산「바륨」중독사로 밝혀진 금정약국 사건을 제의한 나머지 9건은 모두 약물중독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 환자측의 과민이 빚은 소동으로 일단락 됐다.
과학수사연구소에 의한 감정사인은 ▲폐출혈 ▲관상동맥경화 및 협착소견 ▲생아편복용추정 등 환자측의 지병에 의한 것이거나 또는 아직까지 조직검사 중이어서 확인된 약화가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일선약국은 일단 조제불신의 따가운 눈총을 면할 수 있게 됐지만, 약화사고를 계기로『먼저 병원부터 찾아보고 오라』고 권하는 믿을 수 있는 약사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반성해볼 만큼「약사들의 양심」에 대해서만은 크게 교훈을 준 셈이었다. (K기자수첩에서) <정리=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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