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챔피언…삼성 제압, 18년만에 우승 기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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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우리은행 선수들의 얼굴에도 '봄비'가 내렸다. 종료 버저가 울리고 축포가 터졌다. 우리은행의 추운 겨울이 18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상대가 '국가대표 4인방'이 포진한 막강 삼성생명이었기에 감격은 더욱 컸다.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까지 제패한 우리은행은 1985년 전국체전 이후 처음 맛보는 우승의 기쁨에 감독도, 선수도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은행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가 샴페인 세례를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

우리은행 한새가 17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혼자서 45득점한 타미카 캐칭(13리바운드)의 맹활약에 힘입어 삼성생명 비추미를 78-75로 꺾고, 3승1패로 챔피언에 올랐다. 캐칭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전력투구 속의 명승부였다. 신장에서 열세인 삼성생명은 스피드를 앞세웠다. 날렵한 포인트 가드 김영화(6득점)를 스타팅 멤버로 기용, 빠른 템포로 승부를 걸었다. 우리은행은 정면으로 맞불을 놓았다. 빠른 서영경과 이연화를 축으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양팀은 매번 속공이었다.

역시 캐칭이었다. 적수가 없었다. 체격이 좋은 박정은이 막아도 밀리지 않았고, 키 큰 겐트가 앞에 서면 드리블로 찬스를 만들었다. 좌우로 공을 퉁기다 훌쩍 뛰며 점프슛을 하거나, 잽싼 몸놀림으로 측면을 뚫었다.

삼성생명이 캐칭을 잡는 방법은 하나. 파울뿐이었다. 뚫리는 대신 자유투를 주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제 무덤을 파고 말았다. 전반전에서 캐칭은 무려 31득점을 했다. 이 중 14득점이 자유투였다. 캐칭의 집중력은 예상보다 무서웠다.

경기 종료 2분15초 전만 해도 우리은행은 71-73으로 뒤지고 있었다. 삼성생명 김영화의 골밑 슛을 조혜진이 블록으로 막고, 파울을 얻은 홍현희가 자유투 두 개를 모두 넣었다.

73-73 동점. 1분30초 남았다. 삼성 김계령과 우리 김나연이 다시 골을 주고받아 75-75로 다시 동점. 우리은행은 캐칭과 조혜진이 연거푸 자유투를 넣어 78-75로 리드를 잡았다.

10초를 남겨놓고 삼성생명은 마지막 공격을 했다. 삼성생명 겐트가 종료 버저와 함께 연장을 노리는 3점슛을 날렸으나 공은 림을 맞고 퉁겨나왔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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