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위 와 물 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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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람은 갈대와 같다지만 생각보다는 사뭇 끈질기데가 있다.
오늘 새벽에는 영하10도의 추위였다지만 그 정도의 추위에 사랍이 곧, 얼어 죽지는 않는다.
흔히 체온이 섭씨30도 이하로 내려가면 의식이 어지러워진다고한다.
동사는 25도쯤으로 내려갈 때가 한도라고도 한다.
여기에는 물론 사람에 따라 다소의 편차가 있다.
곧 지방분이 많은 사랍은 적은 사람보다 더 추위를 오래 견뎔 수 있는 것이다.
체온이 내려가게 되면 체내의 지방분이 열「에너지」로 전환되어 간다.
따라서 지방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열량저장이 많다는 얘기가 된다.
지방이 많은 사람은 허기를 견디는 힘도 많다.
사람은 누구나 12시간씩이나 밥을 못 먹으면 기분이 거북해진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 오히려 공복감은 가라앉는다.
한국의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칼로리」는 평균 2천4백「칼로리」
움직이지 않고 두러누워있다면 1천6백「칼로리」만 섭취해도 견딜 수 있다.
이것은 샅씬 사람이나 마른 사람이나 같다.
그런데 굶게되면 체내의 지방이며 단백필이「칼로리」로 바뀌어지니까 뚱보일수록 오래 단식에도 견딜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마냥 단식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물만 마시며 산다해도 대충 2개월이 한계가 되는 모양이다.
1831년에「이탈리아」의 한 죄수가 물이외에 일절의 음식을 거부하며 단식하였다.
그 결과 63일 후에 체중이 60%로 줄어들어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에 석유파동의 탓인지 온갖 물가들이 껑충 뛰고 있다.
아무리 물가가 뛰어오른다해도 시민들의 수입이 그에 뒤따를 수만 있다면 살림에 별로 주름이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순탄한(?)「인플레」일 때에도 물가상승률과 월급증가률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민들의 수입을 올려줄 도리가 없다면 물가의 오름세라도 최소한으로 누르는 게 상책이다.
아마 이래서 모든 물가를 12월4일선에서 동결시키겠다는 얘기인가 보다.
그러나 그런다고 묶여지는 물가는 아니다.
이미 올리기로 한 일부 물가는 어떻게 해서든 다른 물가들에 영향을 줄게 틀림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궁금한 것은 오르는 물가를 어느 정도까지 견딜수 있겠느냐는 사실이다.
아무리 살기 어려워진다해도 쉽사리 굶어죽게 되지는 않는다.
사랍에게는 끈질긴 삶의 힘이 있는 것이다.
언젠가 어느 여성단체에서 5만원짜리 월급으로도 5천원씩의 저축을 할 수있는 가계부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 가정에서는 그러면서도 이른바 문화오락비로 1년에 3천원을 할애하고 있었다.
이렇게 산다면 아무리 물가가 오른다고 못살 것도 없다.
그렇지만 당국의 물가 징책이 혹은 추위나 허기를 더잘 견딜 수 있는 기름진 사람들을 안중에 두고 나라의 살림살이도 꾸며져 가는게 아닌가 생각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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