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업체 살아남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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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D램 메모리 업체들이 끝없는 D램가격 약세에 허덕이며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업체들의 주력제품인 2백56메가 DDR(데이터 처리속도를 두배 이상 높인 D램)의 가격은 이달 들어 아시아현물시장에서 개당 3달러 초반대를 맴돌고 있다.

이는 9달러까지 올랐던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생산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이다.

이에 따라 업계 1위인 삼성전자를 빼고는 대부분 업체들이 적자에 빠진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D램 가격은 당분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20여개에 달하는 D램 메이커들의 줄도산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D램 침체가 일본업체들의 D램 사업 철수를 몰고 왔던 1997, 98년 불황 때와 비슷하다"며 "6개월 안에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다보니 살아남기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 2위의 D램 메이커인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는 지난 15일 비용 감축을 이유로 S램 생산을 중지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D램과 S램을 병행생산할 정도의 여력이 없어 D램 생산에만 주력하기 위해서다. 하이닉스 역시 원가를 밑도는 출혈 생산을 계속하면서 경영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원가 절감 방안 외에 새로운 전략을 짠다는 자체가 사치"라며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D램업체들에는 앞으로 6개월이 고비"라고 밝혔다. 특히 원천기술과 자금력이 부족한 대만 업체들은 한계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프로모스.윈본드.난야 등 대만 D램 업체들은 위기 타개를 위해 현물시장 투매 등 저가 공세에 나서고 있어 수익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인피니온 등은 D램 비중을 줄이는 고육책(苦肉策)까지 쓸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전화 등 모바일 정보통신기기와 디지털 가전 등에 주로 들어가는 플래시 메모리와 차세대 제품으로 주목받는 이른바 복합칩 등에 집중 투자해 2~3년 내로 D램 비중을 절반 이하까지 낮춘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표재용.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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