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수익위주 경영 선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KT는 지난 14일 민영화 이후 처음 열린 주주총회에서 '보편적 통신 서비스'와 '공익성 의무'정관을 삭제했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KT 이용경 사장도 "주주가치 경영을 제1 모토로 공익성 위주에서 철저하게 성장성.수익성 위주로 사업내용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업계는 KT가 이번 주총을 계기로 종합 IT비즈니스 그룹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KT가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선언하면서 그동안 KT가 손해를 보면서도 국민들에게 제공했던 보편적 통신 서비스들이 어떻게 되느냐다.

보편적 통신 서비스란 생활에 꼭 필요한 통신 서비스를 원가에 상관없이 전국민에게 같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산간.도서 벽지의 시내전화.공중전화나 긴급전화.선박무선.도서 무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익성 위주로 사업 개편=KT는 이날 미래사업으로 초고속인터넷(VDSL)과 네스팟 등 유.무선 통합사업, 비즈메카 등 기업솔루션 사업을 중점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홈네트워킹 사업과 스마트카드 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반면 공익성 의무는 정관에서 삭제했다. KT는 이를 공익의무를 우선시하던 공기업에서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민간기업으로 바뀐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정관 때문에 해외 기업설명회(IR) 등에서 애로를 겪었다는 것이다. KT 이종윤 사업협력팀장은 "민영화된 외국의 통신업체들을 살펴봐도 정관에서 공익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익적 의무 수행이 법률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굳이 정관에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게 KT의 주장이다.

정부는 KT 민영화를 앞둔 2001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제3조2항에 유선전화.긴급통신.장애인과 저소득층에 KT가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신설한 한국전기통신공사폐지법률 부칙 4조2항에서는 KT가 농어촌 초고속통신망 구축과 국가 중요통신을 제공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KT가 이 법을 어길 경우 1억원의 과징금과 사업권 취소 등의 벌칙이 따른다. 그러나 과징금 액수가 적고 사업권 취소가 실제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법이 어느 정도의 강제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고민에 빠진 정부=정보통신부도 민간기업이 된 KT에 계속 공익성을 강요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매년 7천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보편적 서비스 비용 중 KT가 부담하는 액수(전체의 70%)를 점진적으로 줄여주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당장 내년부터 KT의 비용부담을 50%로 줄여줄 방침이다.

정통부는 또한 보편적 서비스 관련 규정을 2005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전면 손질, 업체들이 공동으로 갹출해 비용을 부담하도록 고칠 예정이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