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석유 감산과 공급 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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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석유 위기가 조속히 해소되지 않으면 세계 경기는 금년의 과열에서 명년엔 심각한 불황으로 급추락 한다는 것이다.
「아랍」 산유국이 결의한 감산률은 보통 생각보다 훨씬 높다.
즉 9월 생산량을 기준으로 10월엔 20.1%, 11월엔 25.9%, 12월엔 29.9%가 감산된다. 「에너지」수요는 계속 느는데 원유 생산량은 오히려 주니 그 고통이 이중으로 큰 것이다. 원유 감산은 중동 협상이 일단계 매듭 지어질 것으로 보이는, 명년 3∼5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유 생산량이 줄어도 「아랍」의 경제력은 이를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아랍」산유국의 외화 보유고는 약60억불로 추정되고 있다.
또 지난 10월 원유 공시값의 69.7% 인상으로 인해 「아랍」산유국의 「배럴」당 정부 수입이 종전의 1「달러」76「센트」에서 3「달러」7「센트」로 증가되었으므로 원유 생산량을 삭감해도 「아랍」측의 수입엔 변동이 없다.
현재의 외화 보유고와 이러한 원유가 인상으로 「아랍」산유국은 원유 생산량을 50%까지 줄여도 경제적으로 별 타격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아랍」산유국들은 그들의 경제적 곤란 때문에 석유 분쟁을 스스로 종식시킬 필요는 없는 셈이다. 「아랍」측은 그런 여유 속에서 정치적 필요에 따라 원유 감산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미·「네덜란드」는 비우호국으로서 원유 공급이 전면 중단된 대신 영·불·「스페인」·「파키스탄」·「터키」 등 우호국은 충분한 공급이 보장되었고 이 중 어느 것도 아닌 일본 등 중립국은 30∼35%의 삭감이 통고되었다. 한국은 잘해야 중립국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원유 삭감의 영향을 어느 만큼 받느냐는 나라마다 다르다. 「아랍」측의 주 「타기트」인 미국은 1차 「에너지」 중에서 중동·「아프리카」산 원유의 의존도가 불과 2.3%밖에 안돼 사실상 별 영향이 없다.
오히려 의존도가 52.7%나 되는 「유럽」제국이나 60.6%의 일본이 가장 많은데 EC 등은 우호국으로서 수요량의 충분한 공급이 약속되어 있어 결국 일본이 엉뚱하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셈이다.
일본은 석유 위기가 계속되면 명년엔 「제로」성장 혹은 5.5% 「마이너스」성장을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에너지」부족으로 인한 조업 단축은 70여만 명의 실업 사태까지 유발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석유파동이 결과적으로 미국에 경합한 영향밖에 없는 대신 GNP대국인 일본(석유 구입 의존도 99.6%)에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기 때문에 이에는 「아랍」과 「이스라엘」이 대립 이상의 무엇이 있지 않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뒤늦게 미국과의 오랜 동주식 외교 노선에서 벗어나 친 「아랍」정책을 천명했으나 「아랍」측으로부터 따뜻한 환영은 못 받는 대신 세계 유대인의 경제 보복 조짐이 일고 있어 여러 가지로 「샌드위치」가 된 셈이다.
미국도 석유파동의 영향권에서 아주 벗어날 수는 없다. 석유파동이 장기화되면 성장률은 떨어지고 실업률과 물가 상승이 가속화 될 것만은 명백하다.
미국과 일본을 진원으로 한 「스태그플레이션」의 여파는 세계를 덮칠 것이다.
74년 세계 경기의 연착륙설이 차츰 꼬리를 감추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는 국민총생산 중 무역의존도가 60%에 육박하는 우리 나라로서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사태라 하겠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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