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 제일과제·「에너지」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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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류난의 부작용이 여러 분야마다 현실 문제로 구체화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이 문제를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다룰 시점은 이미 지났다. 각 부처가 실무 「레벨」에서 다룬다면, 정책의 종합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지엽적인 사항에 구애되어 큰 문제를 간과할 염려가 있다.
정부로서 우선 시급한 문제는 유류파동이 제기하는 사태의 중요성으로 보아 과학적으로 파급효과를 분석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장단기 대책을 마련, 국민의 협력을 구하여야 한다.
이번 석유 파동의 심각성은 무엇보다도 지금의 원유 공급 사정이 언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그러므로 가정법을 인용해서 유류파동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투입 산출 분석표로 추정해서 문제의 파급도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가령 74년 3월 6월, 그리고 9월까지 파동이 계속 된다는 가정 하에 유류 공급이 10%, 20%, 30% 감소되는 경우,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산업 연관 분석 기법으로 일단 추정하고 그에 따라서 장·단기 대책을 마련한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가장 유리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처방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당면해서 시급한 것은 물론 단기 대책이다. 부족한 유류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원리상 우선 순위에 따른 합리적인 소비 방안이라 하겠으나, 그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는 없다. 그러므로 객관적인 우선 순위 추정 작업을 서두르는 한편, 유류 소비 구조로 보아 비중이 큰 부분부터 경감 방안을 임시 조치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즉 유류 소비의 60% 수준을 정하는 산업용에서 국민의 기본 생활에 직결되지 않는 산업의 생산 감축 계획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기호품이나 사치성 소비재를 덜 소비한다고 해서 불평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당국이 생각하듯 유류 소비 비중이 낮은 「버스」운행 횟수·연안객선 운행 횟수의 감축 조치 등과 같이 서민의 생계에 직결되는 부문에서부터 소비 억제를 추진하는 것은 그것이 몰고 올 사회적인 결과에 대한 지나친 무신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투자 규모의 축소 및 총수요의 억제라는 일반 정책이 시급히 채택되어야 하겠음을 강조한다. 유류 공급 부족 하에서 신규 공장이 계속 설립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상 가동되기 위해서는 기존 공장이 같은 비율로 가동율을 낮춰야 하는 것이므로, 국민 경제적으로는 별 이득이 없을 것이다. 물론 단시일 내에 유류파동이 해소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건설을 중단하는 것은 손실이라는 견해도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사태가 호전될 때, 투자 규모를 다시 확대해도 별지장이 없다는 점에서 투자 계획의 연기는 조금도 국민 경제적으로 불리할 것이 없으며, 전자의 경우보다 훨씬 안전함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므로 74년도 예산 규모의 조정은 물론, 전반적인 투자 계획의 축소 조정을 서둘러서 나쁠 것이 조금도 없을 것이다.
끝으로, 「에너지」의 장기 공급 전망은 국제적으로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이 분명한 이상, 우리의 경제 구조를 그러한 전망에 부합하도록 개편하는 장편 과제를 계속 연구 검토해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자원 다소비형이나 「에너지」 집중형의 산업 건설이 종래의 개념으로는 가장 효율적인 공업화 전략이었을지 모르나 이제 심각한 자원 부족·「에너지」부족을 예상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으로는 너무도 결함이 많은 것이다. 「에너지」문제를 당면 정책의 제1과제로 다뤄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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