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감한 한국축구의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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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은 13일 밤 호주와의 3차전에서 1-0으로 패배, 내년 6월「뮌헨·월드·컵」축구 본 대회에의「티킷」을 놓치고 말았다. 천재일우의 최종 관문에서 잃은 기회라 아쉬움은 많았지만 작은 체력, 젊은 나이의 우리 선수들은 피눈물나게 사전분투 했다고 하겠으며 국민들의 성원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하겠다.
우리가 졌으니 얻은 것보다도 잃은 것이 많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의 패배를 통해서 우리가 가장 값지고 실감 있게 받아들여져야 할 사실은「세계 속의 한국 축구 현주소」를 새삼스럽게 발견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축구는 l954년 일본과의 예선전 하나로「스위스」본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이때「아시아」지역 최초의 본 대회 출전이란 간판을 건 한국의 예선조 성적은 부진하기 짝이 없어「헝가리」에 9-0,「터키」에 7-0으로 패배, 세계 무대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실감했다.
그후의 한국축구가 세계 무대에 발을 디딘 것은 1964년의 동경「올림픽」때. 하지만 이 때도 한국은 예선「리그」에서 당시의 통일「아랍」공화국에 10-0으로 대패하는 등 망신만 당했다.
또 67년의「멕시코·올림픽」예선 때는 일본과 3-3「타이」를 이루었지만「골」득실차에 떨어져 예선 탈락이란 눈물을 마셨다.
한국 축구가 다시 국제부대에 안목을 돌려 안간힘을 쓰기 시작한 것은 장덕진 씨가 집행부에 관계하기 시작한 69년. 이 때부터 한국축구는 국내를 외면하고 외향일변도로 나와 일단 축구「붐」형성과 아울러 국민들의 기대를 국제무대로 향해 걸게 했다.
그러나 69년의「멕시코·월드·컵」지역 서울 예선에서 한국은 호주에 1무1패를 기록, 탈락하고 말았다.
이때 외국심판들은「홈·그라운드」한국에 갖가지「어드밴티지」를 주었지만 그 억지의「페널티·킥」을 임국찬이 실축하는 등의 실패로 끝내 분루를 마셨다.
이어 71년의「뮌헨·올림픽」서울예선 대회 때는「말레이지아」에 1-0으로 지는 바람에 모처럼의「찬스」를 놓쳐「뭔헨·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이렇게 열거하면 한국은 69년이래 3개의 큰 예선전을 맞아 우승직전에서 탈락, 기대에 찬 국민들만을 실망시켜 왔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한국축구는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된다.「월드·컵」을 말하기에 앞서 한국축구의 국내 현실을 분석해보자.
6백만 시민의 서울시에는 그것도 1개월에 3, 4 「게임」밖에 쓸 수 없는「론·그라운드」가 1개뿐이며 그 밖의 공설 운동장이라고는 맨땅의 효창구장밖에 없어서 대학, 실업, 고등, 중등부가 운동장 사용문제로 1년 내내 싸움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국내경기의 관중은 파리를 날릴 지경으로 각「팀」에 유명무실해진 국내축구를 원망하고 있다.
이런 즈음에「아마추어」인「올림픽」도 아니고「프로」의 세계인「월드·컵」에 한이 한줌밖에 안되는 대표선수를 데리고 나가겠다고 몸부림친다는 것은 세계축구를 모른다기에 앞서 「돈·키호테」식의 망발이 아닐 수 없다.
우리와 같은「아시아」지역의 「버마」는 이번 예선전을 처음부터 외면했다. 그들의 국내외에 걸친 실적과 전통은 한국보다 우세한 입장이다.
그래도 그들은「월드·컵」이 무엇인가를 알기 때문에 과묵 속에「아마추어」경기인「올림픽」과「아시아」제패 만을 노리고 있다.
한국도 이번 기회에 허황된 꿈만을 꿀 것이 아니라 국내축구의 내실을 기하면서「아시아」지역을 확보하고 그 다음 세계무대로 향하는 점진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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