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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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물 없는 인간을 생각할 수 있을까. 두말할 나위도 없이 물은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인간의 약 7할은 물이다. 따라서 물은 당연히 건강을 좌우하는 요소로 취급되기 이전에 생명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인자로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물과 건강과의 관계는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가령『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물 한「컵」마시면 위장이 튼튼해진다』든지『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과식과 마찬가지로 만병의 근원』이라는 옛말들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자주 듣는다.
어떻든 어떤 종류의 물을 어떻게, 또 얼마만큼 마시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한번쯤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물을 많이 마시는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병들이 있다. 당뇻병과 요붕중이 대표급.
이들 질병들은 체내의 수분조절「메커니즘」의 파괴를 보인다. 그래서 끊임없이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시지 않고서는 배기질 못한다. 단지 당뇻병은 췌장에, 요붕증은 뇌하수체에 병적 이상이 노출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물(수분)은 건강 이전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량(하루 2∼3ℓ)을 반드시 섭취해야하지만『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과식과 마찬가지로 만병의 근원』이라는 옛말대로 많이 마시게 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우선 물을 많이 마시게되면 심장·혈관·콩팥(신)등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받아 이들 주요 장기의 기능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더우기 최근에는 수분의 과잉섭취가 우리 몸의 염류대사에 영향을 미쳐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비만증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물을 지나치게 마시게되면 체내 세포가 퉁퉁 붓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미의 미인들은 심지어「주스」를 마시는 것조차 피한다고 한다. 뚱뚱보는 아름다움과 상극이기도 하지만 몹쓸 만성병의 앞잡이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리라.
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것(수분의 과잉저류)은 방사능에 대한 방어능력·세균 및 갖가지 외적자극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킨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물을 많이 마셔 세포나 조직 속에 수분이 과잉 퇴적되어 있으면 방사선의 충격으로 물이「이온」화, 새로 생긴 수소「이온」이 산소 분자와 결합해서 과산화수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세포를 해친다는 이론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과식과 마찬가지로 만병의 근원』이라는 우리조상들의 가르침은 역시 옳다고 보겠다.
그러면『새벽에 마시는 물』의 과학적인 근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과연 새벽에 물 한「컵」만 마시게 되면 위장이 튼튼해지고 피가 깨끗해지는 것일까.
이러한 속설에 대한 납득할만한 과학적인 해명은 아직 들을 길 없다. 단지 오랜 체험을 밑바탕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런 종류의 속설을 과학적인 근거가 밝혀지지 않았다 해서 무조건 무시해버리는 태도는 옳지 않은 듯 싶다. 만약 무가치한 속설에 불과하다면 이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 마땅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새벽에 물을 마실 때는 반드시「살아있는 물」이어야 한다. 살아 있는 물이란 열이나 화학물질을 가하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자연수를 가리킨다.
일단 끓였다가 식힌 물에 물고기를 길러보면 물고기가 시들시들 하다가 이내 죽어 버리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초를 기를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한번 끓이거나 화학물질을 섞은 수돗물은「죽은 물」에 불과하다.
죽은 물이 건강증진에 도움을 주지 못하리라는 것은 너무나 뻔하다.
약수라는 것도 결국「살아있는 물」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김영치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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