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겨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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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입동이 하루 앞에 다가섰다. 계절의 순환에 무딘 사람도 한 절기가 지날 때면 문득 감회에 젖는다. 입동은 가을과 겨울을 이어주는 매듭의 절기이다. 낙엽을 밟는 철이면 공연히 마음이 수수롭다가 어느새 겨울을 맞는다.
시인들은 겨울을 「암흑의 계절」이라고 노래한다. 태양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낮을 밝혀주지만 시인에겐 그것도 밥으로 생각되는가 보다. 겨울이면 생명이 멈추는 것과 같은 절망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마치 수목들이 무성하던 잎사귀들도 모두 털어 버리고 죽은 듯 겨울을 지내는 것처럼 마음이 얼어붙는다.
물리적으로는 태양이 황경 225도로 기우는 때를 입동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북두칠성이 북쪽을 가리키면 겨울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성좌 표를 보면 정말 그것은 북쪽을 향해 있다. 중국 유자의 고례를 기록한 『예기』는 『대기가 상승하고 지기가 하강하여 천지가 폐쇄되는 때가 겨울』이라고 설명하고있다.
기후도를 보면 「아시아」대륙 동부의 고기압이 「아무르」 강으로부터 양자강 이남까지 펼쳐져, 겨울 날씨는 청천이 계속 된다. 겨울의 하늘이 유난히 회고 차가운 것은 그 고기압의 영향이다.
밤이 되면 지물은 일시에 냉각되어 서릿발이 선다. 한해 중 입동 무렵은 태양의 은혜가 가장 적은 때이다. 그야말로 천지의 단절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겨울을 공포와 암흑으로 비유하는 것은 그런 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봄은 역시 평화를 상징하는 계절로 본다. 『「프라하」의 봄』은 동구에서의 『자유의 회복』을 상징하지만 『「헝가리」의 겨울』은 그것의 상실을 의미한다.
사계의 순환은 어김없이 겨울 다음엔 봄이 오게 한다. 이것은 겨울을 암흑과 절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여간한 위안이 되지 않는다. 겨울이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며 그것은 곧 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라고 노래한 시인도 있었다.
그러나 자연은 예외 없이 순환을 거듭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그와 같지 않다. 때없이 겨울이 길기도 하고 또 봄이나 여름은 유난히 짧게도 느껴진다.
어김없이 순환하는 계절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우리는 심통만 더해진다. 세사는 천리와 같지 않은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
이제 시후는 입동과 함께 그 지루하고 어둡고 긴 겨울이 시작된다. 이 세상엔 겨울을 짧고, 경쾌하게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별게 다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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