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과 노인|경북대 권규식 교수 조사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노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핵가족화는 추진되고 있고 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면 노인자신들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경북대 권규식 교수 (사회학)는 72년7월 대구시내의 67개 경로당에 드나드는 노인 4백명과 그들의 며느리 2백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다음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조사대상=모두 할아버지들로 60대 이상이 98%, 정규교육을 못 받은 사람이 86%, 농촌출신이 80%였다. 이들 중 80%이상이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여러모로 한국의 표준적인 노인들이라고 볼 수 있는 집단이다.
▲핵가족화에 대한 반응=90%이상이 자녀가 자신을 봉양해주기를 원하고 있으며 『양로원에는 갈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있다. 『자식과 집을 두고 어디로 가겠는가』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며느리들은 87%가『노부모의 봉양은 당연한 의무』라고 말하고 있지만『시아버지가 경로당 같은데 가셔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는 사람이 94%나 된다.
▲즐거운 소일거리=가정에서는『손자·손녀와 놀거나 가족들과 잡담하는 일』을 대부분의 노인들이 즐거운 일로 꼽고있고「텔리비젼」·독서·바둑을 즐기는 사람은 11%밖에 안된다.
집밖에서 하는 일 중 가장 즐거운 일은 『경로당에 가서 친구들과 담소하는 일』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60%이상이다.
며느리·노인들의 반응으로 볼 때 경로당의 필요성은 매우 높으나, 노인들의 여가를 좀 더 창조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지도가 있어야겠다.
▲용돈과 수입=대부분의 노인들은 자녀로부터 월 평균 3천원 정도의 용돈을 얻어 쓰고 있으며 11%는 직업을 가지고있으나 이 중 월3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은 27%에 불과하다.
노인들은 대부분이『일거리가 있더라도 일할 생각이 없다』는 대답인데 이유는 『노인이 일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노인들은 사회풍조가 어떻게 돌아가든 간에 자녀의 봉양을 받으며 손자 손녀들에 둘러싸여 살고 싶어하고 있다. 이렇게 모여 살기 위해서는 노인이 가정이외의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로당의 필요가 더욱 요구된다. 의무감과 전통에 의해 한집에 산다하더라도 두 세대의 문화차이는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이나 사회단체는 경로당 설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또 경로당의 운영은 노인들의 보다 건전한 여가선용을 위해 머리를 써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