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울분 터뜨린 「닉슨」-26일 기자회견 그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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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 27일 로이터합동】「닉슨」 대통령은 26일 밤 기자회견에서 치솟는 격분을 억누르려고 떨리는 음성으로 미국의 TV방송들이 자신과 자신의 정책에 관해 악의를 품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그를 비판하는 자들에게 보기 드문 욕설을 퍼부었다.
지난 몇달 동안 「워터게이트」사건으로, 그리고 이번에는 중동사태를 에워싸고 공격을 받아 온 「닉슨」 대통령은 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변호하고 그가 감정에 흔들리기 쉽다는 것을 부인하고 자신은 공격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일을 더 잘 처리했다고 반항하듯 밝히면서 그동안의 모든 울분과 울화를 한꺼번에 터뜨려 버렸다.

<닉슨, 인사도 안 받아>
이날의 회견은 지금까지 백악관에서 있었던 어떤 회견보다도 가장 긴장되고 가장 소란하고 가장 혹독한 기자회견이었으며 회견이 끝날 무렵 분위기는 너무나도 신랄해져 「닉슨」대통령은 『감사합니다』라는 선배기자의 전통적인 인사말도 기다리지 않고 회견실에서 나가 버렸다고 백악관 「이스트·룸」에 모였던 많은 기자들이 생각할 정도였다. 수많은 미국 시청자들은 「닉슨」 대통령이 뜻밖에도 시사 해설자·논평가들을 가혹하게 거침없이 비난했던 기자회견의 광경을 생방송된 TV를 통해 목격했다. 「닉슨」 대통령은 TV방송기자에게 『내가 아무 이유 없이 전 미군에 경계령을 내렸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당신의 TV방송이었소』라고 직접 쏘아 붙였다.
이무렵 「닉슨」대통령은 이미 화가 난 감정 속에 있었으며 TV기자들에게 자신은 정치생활을 해 오는 동안 내내 반대파에 당면했지만 지금의 자신의 문제의 발단은 전자 「미디어」에 있다고 말했다. 『난 그렇게도 엉뚱하고 악의를 품은 왜곡된 보도를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그는 말하고 자신에 관한 몇몇 보도는 솔직히 말해 「히스테리」였다고 덧붙였다.
『금주만 해도 대통령은 탄진탕에 걸려 일을 처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으나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결정적인 조치를 취했다. 기자여러분이 어떤 충격을 줄 만한 것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충격이 나와 나의 임무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존경해야만 화내">
「닉슨」 대통령의 주공격대상이 되었던 CBS방송의 백악관 출입 「로버트·파이어포인트」기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화를 내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닉슨」 대통령은 분명히 경멸하는 음성으로 『당신이 내게 화를 내게 했다는 인상을 받지 마시오. 사람이란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들에게나 화를 낼 수 있는 법이오』라고 천천히 말했다. 「닉슨」 대통령은 그후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중단하고 「파이어포인트」기자를 향해 『나의 CBS친구』라고 부르면서 기자를 존경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내 말은 시사해설자가 「뉴스」를 조금 얻어 가지고 이것을 악의적으로 왜곡할 때 나는 그 개인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거요』라고 그는 해명했다. 오랫동안 백악관 출입을 해 온 노련한 기자들은 이날의 기자회견을 가리켜 그들이 지금까지 참석했던 가장 쓰라린 회견이라고 말했다.

<질문 피하지 마시오>
회견 중 「클라크·몰렌호프」기자는 질문권을 얻으려고 몇 차례 요구했으나 「닉슨」 대통령이 일부러 이를 모르는채 무시하여 「몰렌호프」기자가 일방적으로 고함을 지르는 광경까지 있었다. 「몰렌호프」기자는 한때 「닉슨」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신랄한 정부 비평자이다. 「몰렌호프」기자는 마침 좌석에서 일어서 『대통령 각하, 대통령 각하』라고 목청껏 큰소리로 외쳐 하마터면 기자회견을 망칠 뻔했다. 그제서야 「닉슨」 대통령은 「몰렌호프」기자에게 질문권을 주고 『너무 소란해요. 질문을 받아야겠군』이라고 말했다. 「몰렌호프」 기자는 『대통령이 언제나 저의 질문은 회피하기 때문에 시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라고 응수했다.
「닉슨」대통령은 TV방송을 비난하면서 그는 밤마다 「히스테리」와 같은 보도로 두들겨 맞았으며 그런 일이 있을 때면 『여러분에 대한 신뢰심이 물론 흔들린다』고 말했다.
『중동 위기 때 나를 만난 사람들은 내가 오히려 분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중서부지방출신의 부모로부터 이어 받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개성이 있는데 그건 곤란해지면 곤란해질수록 더욱 냉정해지는 기질』이라고 그는 말했다.

<비판은 즐겁지 못해>
물론 비판을 받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비판 중에는 물론 정당한 것이 있다. 예컨대 내 친구 「레보즈」씨의, 이야기를 꺼내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나 신문에 써내는 사람이나 그가 나를 위해 1백만「달러」의 신탁자금을 내놓았다는 것이 사실무근임을 알면서도 한 TV방송은 그처럼 보도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또한 1백만「달러」의 선거자금이 나의 「샌클러멘티」자산에 투입되었다는 보도를 심지어 완전한 감사를 받은 후에도 지상을 통해 읽거나 듣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은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쉽다. 그러나 나에 관한 한 그것을 예상하게 되었다. 그건 지금까지 내 정치생활을 통한 내 운명이었으며 나는 많이 겪었다』라고 「닉슨」대통령은 말했다. 「닉슨」 대통령은 전 미군에 대한 경계령을 국내의 정치적 이유로 내린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해 내렸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동위기에 관해 「레오니드·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서기장과의 친서교환에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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