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된 공무원 고위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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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조직법 상 정부의 국무위원이 19명이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장관급이 52명, 차관급이 71명, 차관보 18명, 1급이 1백95명으로 1급 이상 공무원이 3백36명이나 된다. 장관만 잔득 양성해서 무얼 하겠다는 것인가 앞으로 30∼40년만 지나면 장관 못한 사람은 사람구실도 못할 사태가 생기지 않겠는가』.
74년 정부예산안을 심의하던 국회내무위에서 어느 야당의원이 총무처 장관을 상대로 질의한 발언의 한 토막. 지난 1월 비상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어 일부 부처의 기구가 확대되고 중앙부서 실·국의 설치가 대통령령에 위임된 이후 고위직 공무원은 급격히 양산됐다.

<직급 「인플레」지나친 느낌>
고급 공무원의 급증은 필연적인 것인지, 흑은 억제돼야 할것인지는 조직관리상 판단이 쉽지 않지만 정원이나 직급을 올리는 요청이 각 기관으로부터 항상 넘쳐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직급 「인플레」현상에 적절한 「브레이크」가 가해져야 할 것 같다.
현대 국가의 행정 기능이 적으로 팽창되고 질적으로 전문화되어 감에 따라 새로운 행정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공무원의 증가, 기구의 확대 및 고위공무원의 대거 진출은 불가피하다.

<10년전엔 천명 대 19명 꼴>
특히 행정의 과학화·전문화에 따른 기술직·연구직 공무원의 증가와 기획제도의 도입에 따른 보조기관의 증설은 고위 참모직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왔다.
64년 현재 국가공무원 24만1천8백37명 중 1급 51명, 2급 4백18명으로 고급공무원의 비율이 1천명 대 19명에 불과했으나 10년이 지난 74년의 경우 1급 1백95명, 2급 1천1백9명, 전체국가공무원 36만4천8백16으로, 1천명 대 35명을 차지하고 있다.
즉 10년 동안 공무원의 절대 수는 50%밖에 증가하지 않은데 비해 고급공무원은 2백%나 증가해 하급공무원 증가율의 4배나 되고 있다.
고위직 공무원의 증가와 함께 지난 1월 비상국가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어 중앙행정기관의 실·국 설치가 대통령령에 위임됨에 따라 부·처의 국이 32개, 과가 1백34개가 증설된 것은 주목된다.
조직관리의 전문가 얘기로는 중앙부처의과를 하나 증설하는데 연평균 드는 법정 비용만도 6백만 원에서 1천만 원에 달한다니 국·과의 증설로 인한 예산의 팽창은 짐작이 간다.

<파킨슨 법칙 수치에 맞아>
지난 60년에서 72년까지 72년 동안 우리 나라 공무원의 연평균 증가율은 6%.
이 증가율은 『공무원 수가 행정 규모의 크기나 업무량과는 관계없이 매년 일정한 비율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파킨슨」법칙의 증가율 5·75%와 거의 비슷한 수치.
(「파킨슨」은 상급관리 누구나 부하 직원의 증가를 원하고 있다는 「부하 직원 증가의 법칙」과 이러한 부하 직원의 증가에 따라 업무량은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는 「작업 증가의 법칙」등 2개 요인에 의해서 공무원의 증가율이 결정된다고 주장했는데 1955년 수명의 저명한 통계학설들이 과학적인 연구결과 이 증가율을 수식으로 풀어 5·17%에서 6·56%의 중간치가 된다고 발표했다).

<정부경비 합치면 큰 예산>
국·과 증설에 따른 예산 팽창 외에 고위직 양산으로도 인건비의 구성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장관급의 경우 봉급은 월 17만5천원 밖에 안되지만 그에 달린 비서·운전사·차량비 등 부대경비까지 계산하면 훨씬 많아진다.
74년도 총예산 8천6백27억원 중 봉급과 연금에 해당하는 예산은 13·7%에 해당하는 1천1백23억원.
이중 1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에게 돌아가는 봉급은 5천여만원으로 전체 봉급예산의 0·5%(연금부담금 제외)나 된다.
우리 나라 공무원 총 46만6천여명의 불과 0·07%에 해당하는 3백36명의 고위직 공무원이 전체 봉급의 0·5%를 타는 셈.
이것은 순전히 봉급만 계산한 것이고 여기에 판공비(장관 월5만원, 차관 2만원, 1급 기관장 7천원), 차량유지비(장·차관 연1백24만원, 1급 54만원에서 1백12만원), 비서·잡급 등의 봉급까지 계산하면 비율이 많이 달라진다.

<인사 해결 직급 승급으로>
73년10월1일 현재 공무원 봉급을 보면 △5급 을 1만7천3백원 △4급 을 1만9천6백80원 △3급 을 2만8천원 △1급 8만9천8백원(이상 모두 조정수당 제외)으로 국가가 노동시장에서 훌륭한 인재를 공무원으로 「스카우트」하는데는 할 수 없이 직급을 높여 채용할 수밖에 없는 난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봉급 수준에서 오는 이유보다는 정부가 인사에 대한 해결책으로 조직을 이용하려는데 서도 직급 「인플레」는 온다.
여기에다 조직이 그의 관할권과 권위를 확장하려는 소위 「엠파이어·빌딩」 현상까지 겹쳐 직급 「인플레」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장관급 52명은 국무위원 이외에 별정직공무원 봉급 표에 의해 장관과 같은 봉급을 받는 사람과 직제상 정원 표에 장관급으로 표시된 사람의 수를 합친 것.
행정부에서는 각 부 장관 이외에 중앙정보부장·법제처장·원호처장·대통령 비서실장· 경호실장·장관급 비서관·국가안보회의상임위원·경제과학심의회의위원 등이 장관급이고, 특히 행정개혁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모두 장관급이다.
이밖에 장관급은 서울특별시장·통일주체국민회의 사무총장·국회사무총장·중앙선관위상임위원·법원행정처장·헌법위원회상임위원.
보수체계가 달라 비교하기는 좀 어렵지만 검찰총장·대법원판사·국입대학교의 총장·군의 대장 봉급도 장관급과 같다.

<차관급은 3부에 71명>
차관급은 3부를 통해 모두71명, 행정 각 부처의 차관·차장·부산시장·도지사·청장·대사·국무총리비서실장·기획조정실장·행정조정실장·소청심사위원회위원장·중앙공무원교육원장·안보회의 비상기획위원회부위원장·행정개혁위원회상임위원·무임소장관보좌관·감사위원·감사원사무총장 등과 입법부의 국회사무처차장·도서관장·국회의장비서실장 등이 모두 차관급이다.
이외에도 법원 행정처차장·대법원장비서실장·통일주체국민회의사무차장·중앙선관위사무처장·차관급비서관·중화학공업 추진위원회기획단장과 대검차장검사·고법원장·사법연수원장·고검검사장·국립대학의 부총장·학장 등이 봉급 면에서 차관급에 속한다.
1급의 직종은 더 많아 국회전문위원·공사·차관보·청의 차장·외무관·관리관·행정조정관·제1기획조정관·소청심사위원·감사원사무차장 등등.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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