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 20만 t의 외곡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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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4미곡연도 양곡수급 계획안에 의하면 내년도 양곡 도입규모는 자그마치 3백20여만t, 금액으로 따져 6억8천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올해의 4억「달러」규모에 비해 무려 70%나 증가한 것일 뿐더러 특히 지금까지 장기 저리 차관으로 들여오던 미국으로부터의 잉농물 도입이 현금구매로 전환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어쩌면 도입양곡 거의 대부분을 KFX자금으로 구매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실로 충격적인 소식이다.
그 동안에는 무역수지 적자가 연간 10억「달러」수준에 있었어도 장기저리차관·연불수입 등 때문에 실제 양곡도입 부담은 그다지 큰 것으로 의식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연간6억8천만「달러」규모의 양곡도입분이 현금 지출요인으로 바뀌는 것이라면 8억「달러」의 보유외환만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것이 되며, 따라서 다시 한번 우리의 농정문제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주곡의 자급은 더욱 절박하게 되었으며, 자급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밀의 소비절약과 사료작물의 대체재 개발 등 농정 전략의 전면적인 재검토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 중에도 시급한 것은 곡가 정책의 재정립 문제이다.
정부당국이 양곡의 소비절약을 애써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양곡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이율배반적인 곡가 정책을 견지하고 있는 점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제가격이 t당 3백50「달러」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쌀값을 가마당 1만원으로 동결시키고 있는 저미가 정책과 t당2백20「달러」인 소맥의 국내가격을 86「달러」로 묶고 있는 처사 등은 바로 정부가 앞장서서 소비조장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곡가를 안정시켜 물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일념 때문이라 하겠으나, 이는 너무도 단순한 산술적 계산이다.
더우기 양곡 수입사정은 가격 못지 않게 수입조건에서도 날로 불리해 지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인데, 그렇다면 우리의 외환사정으로 봐서도 양곡소비 억제는 더욱 강력히 추진돼야 할 것은 자명하다.
다음으로 밀 소비 억제에 따르는 보리 수요증가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보리 증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고 있는데 반해 보리 증산 대책에도 너무나 미온적이다.
더군다나 보리 증산 유인책으로 지난 71년부터 실시했던 보리 예시가격제조차 그 실시 2년만에 중단되고 만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가뜩이나 수익성이 낮아 농민들의 보리생산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이때에 보리 예시가격제 마저의 중단은 보리 증산을 농수산부 스스로가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한편, 내년도 양곡수급 계획안에서는 사료용 양곡 도입규모를 대폭 줄여 콩은 올해의 8%, 옥수수는 올해 수준으로 잡고 있는데 연간 10%이상 증가추세를 보이고는 사료수요를 감안하여 별도 사료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사료용 옥수수를 고구마로 대체하는 등 대체재 개발이 시급한 반면, 저류 양곡인 만큼 고구마증산을 위한 가격지지 정책이 뒷받침 돼야 만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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