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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건 횡단보도 통과|보행자는 거리의 「샌드위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은 거리의 「샌드위치」-. 우선 멈춤을 지키지 않은 차량의 틈바구니에 끼여 보행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통사고를 피하기 위해 중앙선 위에서 진땀나는 곡예를 벌인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손을 든 채 차를 피해 쩔쩔 매는 보행자들의 모습을 앞에 보고도 택시나 버스운전사들은 그대로 차틀 물고 달리기가 일쑤. 잠깐동안이라도 우선 멈춤을 지켜 마음놓고 길을 건널 수 있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작은 소망도 운전사들에게는 아랑 곳 없다. 보행자를 외면하는 교통질서 속에서 건널목 교통사고가 늘고 있다.
지난 한햇동안 우선 멈춤 불이행으로 일어난 교통사고는 전국에서 8백35건. 이 가운데 43명이 죽고 4백6명이 부상했다.
서울시내의 횡단보도는 모두 7백48개소. 이 가운데 1백3개소에는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고 나머지 6백45개소의 대부분은 우선 멈춤·통학로 등 안전표지만이 붙어 있다.
아침의 「러쉬아워」에는 도심지 2백여개소의 횡단보도에서 교통경찰·모범운전사·「보이·스카우트」대원 등이 보행자의 안전통행을 돕고 있으나 변두리나 대낮의 거리는 차량소통 일변도에 치우치고 만다.
횡단보도를 지나는 차량은 보행자가 없더라도 완전정지 후 통과하는 것이 운전사의 양식. 일부 악덕운전사는 교통경찰이 지켜보고 있어도 손들고 건너는 보행자사이를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지난10일 하오6시40분쯤 서울성북구 종암동 31앞 횡단보도에서 이상진씨(39·동대문구 신설동76의14)가 중앙선에 들어섰을 때 모 부대소속 통근버스가 이씨를 들이받았다.
이씨는 반대편으로 1m쯤 퉁겨 맞은 편에서 달리던 서울1가9874호(운전사 박남철·29)에 또 치여 즉사했다. 이 경우 버스와 택시는 모두 보행자를 위한 우선 멈춤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끔찍한 사고가 저질러졌다.
지난8일 등교 길의 국민학교 어린이 11명이 버스에 친 서울용산구 원효로2가29 남정국민학교 앞 횡단보도는 여전히 우선 멈춤 무법지대. 사고직후인 9일 하오3시부터 1시간 동안 이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샌드위치」로 만든 차는 모두 55대. 영업용 택시가 28대로 50%를 차지했으며 버스 8대, 승용차 9대, 기타차량 10대 등이었다.
우선 멈춤 표지판이 서있는 서울마포경찰서 정문 앞 4차선 횡단보도의 경우 13일 하오 2시30분부터 30분 동안 이곳에서 우선 멈춤을 지키지 않은 차는 27대. 경찰서 바로 앞이기 때문에 운전사도 조심하여 속도를 약간 줄였다가 교통경찰이 없는 것을 확인하면 줄행랑쳤다.
도로교통법의규정에 따르면 우선 멈춤 위반차량에 대해서는 5일간의 면허행정처분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경찰은 일일이 단속하기 힘들고 교통체증해소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단속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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