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국립극장 개관 기념 연극|『성웅 이순신』의 작가 이재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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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웅의 생애를 극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가능한 한 사실을 그대로 「드라머타이즈」했읍니다. 신축 국립극장의 개관 기념 공연인 『성웅 이순신』의 작가 이재현씨 (33)는 성웅의 전기를 다루기가 아주 조심스러웠다고 말한다.
작년 10월부터 문헌 조사·고증을 거쳐 6개월만에 대작을 완성한 그는 「성웅이란 극의 주인공으로는 적합치 못한 것 같아요. 특히 충무공은 성웅으로서 너무나 완벽해 인간으로서의 갈등이 없기 때문에 생애가 「드러매틱」할 수가 없읍니다.』 그러니까 극이 재미없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다고 섣불리 「픽션」을 가미할 수 없는 것이 어려운 점이었다고 말한다.
충무공의 『난중일기』, 유성룡의 『징비록』, 이은상의 『태양이 비치는 길로』 등을 기초 자료로 했다는 그는 보통 충무공의 작품은 임진 초부터 다루었지만 이번 연극은 정서재란부터 전사까지 만을 극화했다고 말한다.
극은 서장과 2부 12장으로 나누어 서장엔 정유재란 이전의 일들을 압축해 담고 제1장은 이순신이 역적으로 몰려 체포령이 내려지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 작품의 구성상의 특징은 전기이기 때문에 그대로 해서는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어 이중구성으로 복합 무대를 엮은 점이다.
즉 궁전 「신」과 싸움터 「신」이 한 무대에 나오고 때로는 아군과 왜군·명군 진영이 한꺼번에 등장하기도 하는 삼중 복합 무대다. 해전 「신」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옥중 회상에서 「호리전트」의 「플래쉬·백」으로 처리했고 무대 전환에 대해서는 애초 새 극장의 현대 시설을 염두에 두고 자유롭게 썼다고 그는 말한다.
작가 이재현씨는 65년 국립극장 현상 희곡 모집에 『바꼬지』로 「데뷔」. 그 후 「실험극장」 공연의 『해뜨는 섬』『「사할린스크」의 하늘과 땅』 『신시』등으로 중견 극작가의 위치를 굳혔고 지난해엔 국립 극단의 『프로들』로 5·16 민족상 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다. 새 국립 극장의 개관 「프로」에 대한 일반의 기대가 큰데 대해 그는 명동 국립극장에서 하던 연극 수준이 새 극장을 지었다고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무대 예술에 대한 좀더 적극적이고 계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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