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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까소네」 발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나까소네」 (중증근) 발언은 태평양 연안에 일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일본의 재군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비록 통산상의 신분이긴 하지만 「나까소네」는 방위 청장관의 전력을 갖고 있다. 그보다도 일본 여당의 실력자란 점에서 비중을 느낀다.
1977년은 일본의 이른바 「제4차 방위력 정비 계획」이 끝나는 이듬해이다. 바로 그 해에 일본의 평화 헌법 개정에 관한 국민 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나까소네」는 전망했다. 「평화 헌법」이란 『전쟁』·『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그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제9조의 명문을 두고 말한다. 일본의 군비는 바로 이 조목에서 한계에 부닥쳐 왔다.
실제로는 「핵」을 제외한 현대 무기를 거의 갖추고 있는 일본 군대가 자위대라는 양의 탈을 쓰고 있는 것도 이런 한계 때문이었다.
「1977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4차 방위」의 내막을 알아야 한다. 이 계획은 1972년10월9일에 확정되었다. 그 입안을 주도한 사람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까소네」 자신이었다.
이것은 5개년 계획으로 76년도에 끝이 난다. 총 경비는 4조7천3백50억「엥」.「원」화로는 6조9천4백50억원. 우리 나라 신년 예산의 8배 강에 상당한 규모이다. 평균 연 1조 엥의 군사비는 핵을 보유한 프랑스의 군사비에 가깝다.
또 그 「4차 방」의 경비는 바로 이전의 「3차 방」보다 2배가 증강된 액수이다. 일본은 매 5년을 단위로 군사비가 2배씩 늘어나는 추세를 지켜봤다. GNP에서 차지하는 몫이 겨우 1%라고 하지만, 증강율은 가히 세계 제l위를 점한다. 새삼 그 「템포」를 실감할 수 있다.
「4차 방」 이후의 일본은 일약 강국의 실력을 갖는다. 실탄만 끼워 넣으면 양의 모습은 단숨에 호랑이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4차 방」속에는 신기술의 개발도 포함된다. 그 비용으로 1천7백50억엥이 계상 되었다.
「신기술」이란 다름 아닌 신형 무기의 개발을 말한다. 「5차 방위」는 그래서 더한층 위력을 갖게 될 것이다. 「나까소네」는 해상 자위대의 작전 해역에도 언급했다. 영해 밖 1천km. 그러나 이것은 놀랄 것이 없다. 이미 「4차 방」속에 1천3백km의 장거리 비행기들을 준비해두고 있다.
「4차 방」 이듬해인 77년쯤엔 「국민 투표」의 분위기도 성숙될 것이다. 「요꼬이」 (횡정)의 귀환 일화가 있다. 구 일본 육군의 일개 패잔병이 연전에 일본으로 돌아오자 일본 국민은 눈물을 삼키며 『반자이』 (만세)를 외쳤었다. 「요꼬이」는 『무엇보다 천황 폐하께 뵐 면목이 없다』고 했었다. 일본인들은 그 말에 더욱 감읍했다. 이런 국민 감정이라면 77년께면 『천황께 뵐 면목』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까소네」 발언의 파문은 한반도에도 닿는다. 우리는 문득 「신판대동아권」을 구상하는 일본의 험상궂은 얼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가 이거였구나!』하는, 냉수를 끼얹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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