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시대의 효|성균관 주최 「생활 윤리 좌담회」|9월27일 본사 회의실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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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균관은 지난 27일 중앙일보 회의실에서 전통 윤리를 현대에 되살리기 위한 「생활 윤리 좌담회」를 가졌다.
공자 탄강 2524년을 기념해 가진 추기석전에서 성균관이 발표한 『윤리 선언』은 70년부터 자주 논의돼온 「유가 유신」의 정신을 구체화한 것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생활의 구체적 현실을 바탕으로 한 윤리의 실제를 논의하는 일련의 생활 윤리 좌담회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의 좌담은 가정 특히 부모와 자녀 관계를 바탕으로 한 새시대의 「효」였다.
사회를 맡은 성락서 성균관장은 우리 역사 특히 조선조 5백년의 정치 사회 규범이 되었던 유교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논어」 에서 이미 공자가 부모를 봉양할 뿐 아니라 공경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설명, 『오늘날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부모를 모셔야 할 것인가 하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옛날에 부모를 모시던 절차와 격식 같은 방식이 현대 생활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때문에 생긴 퇴폐 풍조니 질서 문란이니 하는 윤리적 공백 상황을 구체적 행동 규범의 새로운 적용을 통해 불식해 보자는 것이다. 가령 「혼정 신성」이라고 해서 부모의 자리를 봐드리고 아침엔 문안을 드리는 복잡한 옛 형식의 절차를 핵가족 시대·산업 사회에서 지킬 도리가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지만 부모를 공경하는 생각을 갖지 않고 사는 풍조는 옳다고 할 수 없다고 유승국 교수 (성균관대)는 설명했다. 비록 양상은 바뀌더라도 효성심, 부모에 친애하는 정신은 지켜야된다는 주장이다.
그 이유로 최창규 교수 (서울대 문리대)는 효가 한국적 생활 윤리 면에서 민족의 기층 사회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음을 들었다.
유교 교리 체계로서의 효이기보다 우리 민족의 속성과 문화 속에 효를 좋아하는 어떤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본다면 대가족 제도가 핵가족으로 변해 가는 양상은 역사 발전이기보다 우리 것의 상실과 같은 의미로 생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①민족이 자기를 지키는 원리로서 효의 사상을 어떻게 계승하고 오늘의 형식으로 구체화하는가 ②부모의 봉양을 강조하는 것은 부모 쪽 보다도 오히려 자식이 자기의 도리를 다할 때 자기 완성에 이르고 주체가 지켜진다는 뜻이 강조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논리가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하는 주장이다.
이렇게 볼 때 효는 개인·가정·민족을 붙드는 일관된 정신이 되며, 개인·가정의 윤리가 사회·국가·인류의 윤리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유 교수는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효경』 에서 입신 양명이 효가 된다고 한 것은 부를 성취한다든가 관직을 획득한다는 사실에서가 아니고 「입신 행도」의 윤리적 가치가 앞서는 것으로 개인의 이익 보단 공익의 책임 의식, 진리를 지킨다는 대의가 중시되는 것이다.
이 같은 효의 확대가 가능하자면 구체적 현실에서 효는 어떻게 오늘날 살아나야 할까?
박종홍 박사 (성균관 고문)는 『효의 중요성, 그 마음씨가 기본이 된다는 점에 누구나 일치하지만 그 실천이 문제되는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며 그 길을 생각해야겠다. 효의 마음을 가지면 잘 될 것이지만 효성스런 행동을 습성화함으로써 그 마음을 만드는 수도 있다』고 했다.
예의 범절은 마음씨만 착해선 안되고 어른을 대할 때 갖는 몸가짐, 말씨, 앉음새 등 세세한 몸가짐의 습성이 마음가짐으로 돼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견해다.
그런 때문에 국민학교 l학년생에서부터 그런 몸가짐의 습성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확대해서 유 교수는 대중에게 실천 윤리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장의 윤리, 학교 생활의 윤리, 극장의 윤리가 두루 있어야겠다는 얘기다. 친구간의 대화·주작·대중 집합에서 방향 설정, 교화 단체에서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덕성 교육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들부터 습성화할 예절 교육이 필요하며 음악·서도 등 예능 교육을 통한 정서 도야가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그런 면에서 박종홍 박사는 『충신이 효자의 문에서 나온다』는 옛말이 가르치는 교훈은 효자가 효자의 집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라고 실명했다.
교육은 바로 행동적인 가르침 이상이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관점에서 추석에 부모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성묘를 감으로써 부모가 몸으로써 효도를 보이는 것이 근본적이라고 했다.
그것은 사회적인 면에서 교화 기관인 성균관이 현실에 도움이 될 것을 제시하는 가운데서 밝혀질 것이라고 정구충 박사는 덧붙였고 유 교수는 「향약」의 실천화, 보편화도 오늘날 보탬이 될 것으로 봤다.
이런 관점은 결국 윤리의 교화는 ①실천의「모델」이 있어야겠고 ②의례나 실천을 내면화하는 방법을 채택해야겠고 ③대중 사회에서의 적응이 전통과 결합되는 데서 얻어진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현실 생활에서 본받을 만한 스승과 선배의 영향을 받는 것, 그렇지 않으면 역사에서 존경할만한 대상을 받들고 따르는 것의 가치는 이것은 교화의 의미를 뜻 있게 하는데 있다고 박 박사는 강조했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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