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국제 인류·민속학 대회를 다녀와서|손보기 <연세대 박물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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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9차 국제 인류 민속 학회가 미국 「시카고」에서 1백개국 3천명의 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8월26일∼9월8일까지 열렸다. 이번 제9차 회의는 『하나의 인류·다양한 문화』를 주제로 하였고 전체 회의의 발표에서는 크게 4가지로 발표 내용을 묶어서 발표장도 4개의 강당으로 한정하였다.
제1발표장에서는 영장류, 인류의 진화, 체질, 인류학, 구석기학, 동식물 양육, 농업의 기원, 선사 인구 등의 문제가 다루어졌다.
제2발표장에서는 「마르크스」 민속학, 사회 변화, 도시 문제, 구전 문학, 민담, 의례, 무속, 보건과 민속, 청년에 대한 연구, 가족 구조, 극동의 인류학 등에 관한 발표가 있었고.
제3발표장에서는 경쟁, 갈등, 여성의 지위,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사회 변동, 남양 여러 나라의 사회, 식량과 습성, 언어, 유전 문제, 인류의 장래 등에 관한 연구 발표.
제4발표장은 연구와 사회 조직, 재생산과 여성, 동남아의 사회 변화, 「유럽」의 변화, 국가 산업화, 토인의 사회 변화 등으로 나뉘어 발표되었다.
이번 학회의 특수한 행사로서는 한편으로 영사실을 따로 두 곳을 마련하여 인류 민속학 관계 영화를 매일같이 상영하여 준 것, 박물관과 「시카고」 시내에 있는 여러 나라의 집단사회 등을 방문하게 한 점등이었다.
본 회의의 「프로그램」은 모두들 그림으로 표시하여 한 장으로 전체 회의의 주제를 일목 요연하게 알 수 있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9차 인류 민속 학회가 큰 주제로 내건 뜻을 도안화하여 5대륙의 인류를 하나의 통일된 인간상으로 나타내서 상징한 점도 뜻 있는 일이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졌다하여도 하나의 인류라는 점을 향하여 인류 민속학의 연구를 발전시키자는 뜻이 깃들여있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9월1일 12시부터 개회식이 열렸다. 각국의 민요가 차례로 울려 퍼졌는데 『아리랑』도 「프로그램」에 들어 있었다.
한국인 학자로서 이 학회에 참석한 것은 이두현 박사와 필자 두 사람이었고 미국에서 유학하는 조혜정 군이 학생 봉사 단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인도 학자는 51명이 초청되어 왔고 일본 학자는 30명 정도이었다. 한국의 인류학·민속학의 빈약함을 새삼스럽게 느껴보기도 하였다. 필자는 전체 회의에서는 중국·일본·한국의 구석기 문화에 대한 문제점과 토론 결과를 보고하였고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열린 「아시아」의 전기 구석기 문학에 대한 전문 분과 회의에서는 석장리의 전기 구석기 문화에 대한 발표를 하였고 「아시아」 구석기의 형태, 유형, 제작 수법에 대한 연구 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하여 위원회를 구성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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