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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신화에의 도전|단 1개 남기고 좌절|아론, 홈런 7백13개…올해 경기 끝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새 신화의 창고는 금년은 하늘의 섭리에서 벗어났다.
미국「메이저·리그」「어틀랜터·브레이즈」의 흑인 외야수「헨리·루이스·아론」(39) 이 30일 금년「시즌」마지막 경기에서「홈·런」이 불발, 야구황제「베이브·루드」의 생애 기록 7백14개에 1개 모자라는 7백13호로 좌초하고 신기록의 기대를 내년으로 넘겼다.
조용한 「수퍼스타」이며 웅장한 추격자로 전설의 왕좌 「베이브·루드」기록에 도전한「행크·아론」은 29일「휴스턴·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3회에 금「시즌」40호이며 생애통산 7백13호의「드리·런·호머」를 기록, 「매직·넘버」1개를 남겨 놓고 있었다.
그러나「아론」은 최종경기에서 마의「매직·넘버」1을 끝내 뛰어넘지 못함으로써 7백14개라는「루드」의「타이」기록은 물론 기록돌파라는 영원의 신화창조는 문턱에서 주저앉고 만 것이다.
이로써 「아론」의 역사적인「홈·런」경신은 내년「시즌」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팬」들의 부푼 꿈은 참으로 싱겁고 맥없게 끝났다. 그만큼「아론」의 연내 기록 경신에 건 기대는 컸고「페넌트·레이스」우승의 향방조차 그 앞에서는 화제가 되지 못하는 인기였었다.
1934년「앨러배머」주「모빌」이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아론」이 오늘날 새 전설의 주인공이 될 줄은 아무도 모르게 가난과 조용 속에 자라났다.
야구를 하겠다는 그의 신념은 혹인 모멸 속에서도 분발, 1954년은 그의 신화를 이룩하기 시작한 첫 해이다.
그가「매이저·리그」선수로 첫「홈·런」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첫해 13개를 날린 데 이어 57년(44개), 63년(44개), 67년(39개) 등 3번이나「홈·런」왕을 석권하기에 이르렀으며 57년에는 MVP (최우수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아론」이 가장 각광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통산 7백 개를 넘기고 나서부터.
전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는「아론」의 「홈·런」숫자에 떠들썩했으며 반면「베이브·루드」의 신화를 지키려는 백인들과「올드·팬」들의 강경한 반발 속에 경기장에서는 경찰관에게 특별 호위를 받아야 하기도 했다.
「아론」의 역사적 기록경신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미 3대 방송의 하나인 ABC-TV에서는 특별취재 기동 편성 반을 구성, 「아론」의 일거수 일투족을 「필름」에 담기까지 했다.
「아론」이 금년 때린 40개의「홈·런」은 과거 그의「홈·런」기록으로 볼 때 정상적인 「페이스」라 할 수 있다.
39세의 고령과 위장질환이라는 악 조건 속에서 분투해 온「아론」.
30일「휴스턴·애스트로스」와의 마지막「게임」8회 말 타석에 들어선「아론」은 분명 기도를 드린 것이다.
4만의 관중 속에는 그의 양친「허버트·아론」내외가 지켜보고 있었고 역사적 순간의 등판투수는 「휴스턴」의「도널드·윌슨」.
그러나 「아론」의 1타는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구르는 내야 땅「볼」이었다.「아론」의 기록은 이룩되지 않고 만 것이다. 4만 관중은 「아론」이 마지막 수비에 들어설 때 일제히 기립박수.「아론」은 손을 들어 답례했으나 쓸쓸한 표정이 감돌고 『나쁜「볼」에 손댔어요, 하지만 인력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봅니다. 내년까지 다시 기다려야지요.「아론」의 꿈이며 세계이목을 모았던「홈·런」기록은 이렇게 해서 또다시 한해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의 공간으로 돌아갔다.
구약성서「출애급기」에 의하면 「모세」의 형「아론」은 유대민족을「애급」에서 구출하기 위하여 그의 지팡이를 던져 뱀이 되게 하는 등 10가지 기적을 베풀어 민족을 구했다.
73년 사양화 직전의「프로」야구를 구하는「아론」의 지팡이(배트)는 기적의 일보 전에서 멈추고 말았다.
그러나 74년의 신춘에「아론」의「배트」에 기대를 거는「팬」들은 또 구장으로 모여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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