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닦는다 소문났죠, 장애인들의 희망 세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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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 4월 출범한 ‘연리지 장애인 가족협동조합’ 직원들이 7일 대전시청 주차장에서 세차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연리지 장애인 가족협동조합’이 장애인들의 자립기반을 키워주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연리지 장애인 가족협동조합’은 지적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 대전시청 등 기관과 아파트단지를 찾아다니는 출장 세차장을 운영하는 곳이다.

협동조합은 지난해 4월 출범했다. 협동조합 출범에 앞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모임인 연리지 회원들은 자녀들의 자립심을 키워 사회로 진출시키는 문제로 고민했다. 지적장애는 있지만 신체가 건강한 자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자동차 세차업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곧바로 대전시청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그 결과 3월 말 대전지역 첫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고용노동부 인가를 받았다.

연리지 회원들은 한 사람이 많게는 100만원 적게는 20만원씩 150여 명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출자금 1900여만원을 마련했다. 고용노동부로부터는 직원 인건비 일부를, 대전시에서는 세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받았다. 지적장애인 3명과 일반인 1명 등 모두 4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500만원을 들여 초음파 멸균 세차기와 공기를 활용한 실내 세차기 에어회오리 등 첨단장비 1세트도 구입했다. 이들 장비를 싣고 출장을 다닐 수 있는 차량도 구입했다. 처음엔 대전시가 마련해준 주차장에서만 시청 직원과 민원인들의 차량을 대상으로 세차를 시작했다.

4개월쯤 지나자 입소문이 나 세차 주문이 몰려 차량 한 대와 세차장비 1세트를 더 마련하고 직원도 4명에서 7명으로 늘렸 다. 지금은 매월 100여 대의 차량을 세차해 월 200여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한만승(45)팀장은 “차량 내부는 초음파를 이용한 멸균 세차를 하는 등 차량 보존에 도움이 되는 첨단기술을 사용하는 장점이 많아 주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직원들은 주 40시간 일을 하고 매월 100만원을 받는다. 직원들의 인건비는 정부로부터 1인당 60%를 보조받는다.

그러나 이 협동조합 직원들은 월급 외에 더 값진 자부심이 있다. 석모(24·지적장애2급)씨는 “세차를 하다 보니 이 사회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그동안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자립을 하는 데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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