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가스환자에 인색한 병원 고압산소 치료기 설치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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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탄「가스」중독환자를 98%이상 살릴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 기를 갖춘 병원이 너무나 적다. 고압산소치료기만 있으면 단돈 1천 원 안팎의 산소로 꺼져 가는 한 목숨을 되살려 낼 수 있는데도 이 치료기를 설치한 병원은 전국 2백74개 병원 중 4.4%인 12개소 밖에 없다. 일반 병원은 물론 국립의료원(메디컬·센터)과 대부분의 각시·도립병원 등에도 설치 안 되어 살릴 수 있는「가스」중독환자가 생명을 잃고 마는 위험이 크다. 보사부는「가스」중독방지「캠페인」을 연례행사로 벌이면서 얼마 안 되는 비용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병원의 기구 설치에는 손도 못쓰고있다.
연탄「가스」중독사고는 지금까지 서울 등 대도시에서 대부분이 발생했으나 앞으로는 정부의 산림보호정책으로 농촌에서도 연탄사용을 장려하고 있어 일산화탄소 중독자는 지방에서도 늘어날 추세이다.
고압산소 치료기는 서울의대부속병원에 의하면 69년부터 73년8월말까지 1천1백27명의 환자 중 1천1백12명(15명만 사망)의 목숨을 건져 98.7%의 구명 율이 확인됐으며 외국에서도 같은 98%의 구명 율이 확인돼 보사부에 의해 5년 전부터 전국 병원에 설치가 지시된 것.
그러나 현재까지 이 치료기를 설치한 병원은 서울의대, 서울적십자, 서울시립동부·중부·남부·영등포, 경기도립 수원, 경북의대병원과 부산 「왈레스」침례회, 부산의대, 대구동산기독, 전주예수병원 등 고작 12개 병원뿐이다.
그것도 서울의대병원 등 8개 병원 치료기만 5∼9기압 짜리 규격제품이고 나머지 부산 「왈레스」등 4개 병원 것은 자가제조의 실험단계(기압미상)여서 실제로 본격적인 일산화탄소 중독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전체병원의 2.9%인 8개 병원 밖에 안 되는 실정.
나머지 전국9개 종합병원, 10여 국립병원, 41개시·도립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병원은 보사부의 지시에도 아랑곳없이 아직까지 구비치 않고 있으며 심지어 68년 말 보사부에 의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 「센터」로 지정된 국립의료원마저 예산 뒷받침이 안돼 아직까지 설치를 않고 있다. 이들 미비 병원의 경우「가스」중독환자가 오면 고무 「튜브」를 콧구멍에 찔러놓고 산소를 불어넣는 재래방식의 치료를 하고있으나 이는 1백%산소가 아닌 30∼40% 산소밖에 공급되지 않아 사실상 치료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각급 병원이 고압산소치료기의 실치를 기피하고 있는 이유는 ①설치에 목돈이 들고(치료기 2백만 원, 설치비 30만원) ②치료실을 설치하더라도 겨울 한철 밖에 환자가 몰리지 않아 입원실로 이용하는 것보다 수지가 맞지 않는데다가 ③연탄 「가스」중독은 대체로「가난 병」이어서 치료비를 제때 못 받아낼 우려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산소치료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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