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고수는 왜 땅투자 앞서 지방의회 회의록 왜 뒤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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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기자] 토지시장에서 땅값 상승을 불러오는 가장 강력한 재료로 꼽히는 국토개발계획이라는 특급정보의 1차 생산자는 정부다. 이때 정부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포함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택지개발지구 같은 주요 국토개발계획 수립은 중앙정부에서 전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부터는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이때 각종 인·허가 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대폭 위임되면서 개발 정보의 1차 생산자로서의 자치단체 역할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자치단체장은 '소통령'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의 도시관리계획 결정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양된 것은 2008년이다. 또 특별시·광역시의 도시기본계획 승인권한 역시 이때부터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10년에는 택지개발지구 지정 주체가 '국토교통부 장관'에서 '시·도 지사'로 위임돼 지방정부의 국토개발계획 수립 권한이 훨씬 커졌다. 이전까지는 택지개발지구 지정권의 경우 20만㎡(6만6000평) 미만은 지자체가, 20만㎡ 이상은 국토교통부가 각각 지정권을 행사했다. 특히 신도시로 구분되는 330만㎡ 이상은 중앙정부가 지구 지정뿐 아니라 실시계획 등의 승인권까지 행사했다.

하지만 정부는 2010년 6월 면적에 상관없이 택지지구 지정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넘겼다. 다만 면적 330만㎡ 이상인 신도시의 경우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100만㎡ 이상 택지개발지구(신도시 포함)는 예외적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지구를 지정하도록 규정했다.

정부가 신도시 및 도시개발 관련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기로 한 것은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가 지역실정에 맞는 도시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자치단체장의 권한도 그만큼 막강해졌다. 택지개발지구 등 개발사업의 계획 수립부터 인·허가권, 예산 편성·집행권 등을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소통령'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 이처럼 막강해진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견제하는 사람들이 바로 지방의회 의원들이다.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방의회 권한은 자치법규인 조례 제·개정권, 예산안·결산 심사권, 행정사무 감사권 등 크게 세 가지다.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대형 개발사업 등에 대한 지방의회의 승인권이다. 또 지방의회는 지방정부의 도시계획 수립 단계에서 주요 개발계획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게다가 지방의회 의원은 지역 내 각종 개발사업을 타당성과 적법성 여부를 심의하는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지방의회 의원은 그 누구보다도 지역의 주요 개발계획·건설행정 등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 회의록에서 '월척' 낚기

그런데 지역에서도 이익집단들이 개입하는 이권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도시개발계획과 건축·건설행정이다. 이익이 발생하면 부정도 따라 오기 쉽다. 중앙정부로부터 막대한 권한을 넘겨 받은 지방의회 주변에서 개발예정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수백 평의 땅을 미리 사 놓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흔하다.

이 때문에 토지 고수들은 중요한 투자를 앞두고 확신이 서지 않을 때 간혹 지방의회 회의록을 뒤적여보기도 한다. 가끔 이 곳에서 뜻밖의 월척을 낚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65조는 지방의회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마침 현재 시행 중인 제4차 국토종합계획은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을 통한 지방화의 실천에 그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전(1∼3차)까지 종합계획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짜여졌다면 4차 계획은 지방 개발 위주로 수립됐다는 말이다.

이는 지방 땅의 개발 가능성을 높여주면서 수도권 밖 지역, 특히 서남부 해안권 땅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도권보다 지방 땅에 기회가 그만큼 더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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