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공포] 정치권 긴박했던 하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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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 송금 특검법안을 공포하기 전까지 한나라당과 민주당.청와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협상 결과를 기다리느라 국무회의는 오후 3시에서 5시로 연기됐다.

이날 오전 8시30분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가 만나 특검법 절충을 시도했으나 결렬됐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이날 낮 12시쯤 "대통령이 특검법안을 공포할 때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적시하면 여야가 신속히 협의할 수 있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이후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 라인,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대표권한대행.민주당 정대철 대표 라인이 가동되면서 협상은 급진전됐다.

오후 6시10분 고건(高建)총리는 朴대행에게 "결단을 내렸다"며 盧대통령의 공포 사실을 알렸다.

◆"총장 라인이 협상 주도"=총무 라인의 오전 협상이 겉돌면서 실제 협상은 총장 라인이 주도했다. 두 총장은 이날 오전 15분간 전화통화했다. 이후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양보 불가"란 발언이 쏟아졌으나 낮에 朴대변인이 타협안을 제시하면서 돌파구가 열리기 시작했다.

당시 청와대에선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이 朴대변인의 발표 소식에 "잘 될 것 같다"며 급히 어디론가 가 盧대통령에게 보고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어 민주당 李총장이 한나라당 金총장과 오찬회동을 열고 민주당측 수정안을 제시했다. 한나라당 金총장은 이를 朴대행에게 보고했고, 이후 朴대행과 鄭대표가 나섰다.

국무회의가 시작된 오후 5시쯤 朴대행은 鄭대표에게 "공당의 대표 말도 못믿느냐.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50분 뒤쯤엔 李총장이 金총장에게 전화했다.

"金선배. 마지막으로 이거는 들어달라. 조사기간을 최장 1백일(현행 1백20일)로, 북한 인사를 익명으로 하고 북한 계좌는 조사하지도, 공개하지도 않기로 해달라." 李총장의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청와대의 고심=정권 출범 초기 특검법 수용 방침을 세웠던 청와대는 그동안 '제한적 특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신중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이날 盧대통령에게 보고된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제한적 특검을 찬성하는 여론이 60%를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전 총무회담 결렬로 마음을 졸이던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공포 후 수정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오후 5시 국무회의를 개최해 특검법 수용을 결정했다.

청와대에 와있던 민주당 李총장이 국무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나라당 金총장과 전화접촉을 갖고 조사기간 단축, 북한 계좌 조사.공개 금지 등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확보한 것도 마지막 결심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고정애.박신홍.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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