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통일이 극동평화의 열쇠|주섭일 파리특파원 앙드레·퐁텐(르·몽드 편집국장) 회견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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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프랑스」의 권위 있는 중립지「르·몽드」는 한국문제에 대해 주의 깊은 논평을 해왔다. 본사 주섭일 파리특파원은 동지의 국제정치문제 전문가이며 한국문제도 관심 깊게 다루어 온「앙드레·퐁텐」편집국장과 회견, 남북대화의 전망, 최근「불·중공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과「아시아」정치 전반에 걸쳐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주 특파원의「퐁텐」국장 회견기록.
한=한국문제가 극동평화의 열쇠라고 한다면 통일을 위한 남북대화는 따라서 세계평화에 대한 하나의 기여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견지에서 귀하는 남북대화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답=남북대화란「닉슨」북경방문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독일의 경우 양독 관계가 가장 악화되었을 당시에도 최소한 서신왕래·전화연결 제한은 있었으나 상호방문이 있었다. 이에 비교해 볼 때 남북한의 장벽은 너무 두터웠다고 볼 수밖에 없겠다.
남북대화가 통일문제로 접어들면 그 어려움을 절감하게 된다. 20년 이상을 완전히 분단된 상태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상이한 체제가 굳어질 대로 굳어져 어느 한쪽이 포기하기 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극히 어렵다는 점에서 남북통일은 큰 난점을 안고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남북대화가 중단되어서도 안되고 중단될 수도 없는 성질인 것은 이것이 동서해빙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문=굉장히 비관적인 전망인데….
답=내 입장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한반도의 통일은 한 국민을 위해 또 극동평화를 위해 반드시 성취되어야한다. 그러나 우리가 희망하는 데로 쉽사리 세계정세가 조성되리라고 볼 수 없는 현실을 두고 말한 것이다.
문=이번「유엔」총회에서는 한국문제가 큰 문제로 등장했다. 한국의 입장은 남북이 동시에「유엔」에 가입하자는 것이고 북한은 이미 반대하고있다. 이에 대한 귀하의 전망, 그리고 귀하가 알고있는 프랑스의 입장은?
답=너무나 간단한 2가지 방법밖에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먼저 남북간이 어떤 합의점에 도달하든지, 아니면 미·소·중공이 합의 하든가 이다. 남북한이 합의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고 이미 지적했으니 두 번째 방법밖에는 없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즉 강대국들이 합의한 뒤에 남북한 정부에 대해 설득하는 길인데 프랑스의 입장은 이 대의를 지지할 것이다. 물론 남북한 중 어느 한쪽이 반대한다면 이 합의도 아무런 의미가 없음은 물론이다.
문=불·중공 정상회담 후 지난 17일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한국문제에 언급, 남북한의 7·4공동성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한국의 통일원칙에 대해 양국지도자가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본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이란 상상할 수 없는 현실에서 어느 한쪽의 체제를 제거하고 단일정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난점이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새로운 사태발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겠는데 이것은 단시일 안에 올 것 같지 않다.
불행하게도 지금 국제정세는 남북의 현상 고정화 쪽으로 굳어져 가고있는 실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동·서독의 경우가 그렇고 2개의 정부에서 3개의 정부로 발전하고 있는 월남이 그 좋은 예가 아닐까.
문=한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프랑스」와 북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공의 입장으로 보아 지난번의 불·중공 회담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프랑스의 대한정책에 어떤 변화가 오리라고 예상할 수는 없을까?
답∥중공의 북한에 대한 밀착 도는 프랑스의 대 한국 태도보다 더 강력하다. 따라서 중공이 음양으로 북한을 위해 상당한 권유가 있었으리라는 것은 능히 예상할 수 있다. 프랑스는 지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너무나 거리가 먼 한국문제에 깊이 관여한 일이 거의 없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양국지도자간의 한국문제토의란 것은 세계정세토의 때에 대두되어 일반적이고 원칙적인 의견교환의 한계를 넘지 못했으리라고 관측된다.
문=그러나「퐁피두」대통령의 중공방문과 때를 같이하여 프랑스 국제사절단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 불·중공이 북한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답=「프랑스」국제사절단의 북한방문은「퐁피두」의 중공방문과 우연히 시기가 일치되기는 했으나 연관된 의미는 없다고 본다. 북한이「프랑스」에 대해 가장 절실히 기대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공식승인-외교관계수립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프랑스의 대한정책은 당분간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프랑스는 북한의 존재, 즉 현실을 인정한다는 뜻에서 통상 등 경제적 분야에서 관계를 갖고있으며 불·중공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책전환이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문=아직「크메르」에 전화가 꺼지지 않고 있으며 평화를 위협하는 불씨는 도처에 잠복해있다-「아시아」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
답=지난 20여 년 동안「아시아」의 분쟁은 모두「이데올로기」의 산물이었다. 한국전쟁· 수금해협의 긴장사태·월남전 등은 미국이 지원하는 비 공산국가와 중·소가 지원하는 공산국가간의 분쟁이었다.
그러나 이제 인지전쟁의 불길은「파리」월남평화협정 이후 점차 꺼져가고 있으며 대만해협의 물결도 평온해졌고 한국은 아직 낙관은 할 수 없으나 대화의 길을 터놓았다. 미·중공 등 강대국이 인지반도에서 개입을 피하고자 노력하는 현상은「아시아」평화를 위해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새로 등장한 근본적 평화위협은 중·소의 국경분쟁이라 할 수 있다. 중·소의 국경에 배치되어 있는 소련의 강력한 군사력에 중공은 상당한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련은 이른바「미국의 가능한 공격에 대비하고 군사력의 균형을 위해」동구에도 막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공이 소련의 군사력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유럽」인들도 똑같은 위협을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소련이 중공을 공격하리라는 가상은 어려운 일이다. 이미 중공도 상당한 핵 보복력을 지니게 되었는데 만일 소련이 중공을 공격하려했다면 3∼4년 전 중공의 핵무기개발이 초기단계에 있을 때 했을 것이다.「프랑스」나 중공의 핵 보유는 미·소 양 초강대국을 견제하는 것이란 의미에서 제3세계에 대해「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미·소의 평화공존은 이미 명백해졌다. 앞으로「아시아」문제의 관건은 중·소의 움직임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지만 중·소 전쟁의 위기는 중공의 핵무장으로 점차 해소되어 갈 것이며 따라서 미·소·중공의 균형을 통한 긴장완화가 극동을 포함한「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평화의 초석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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