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교시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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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트랜지스터」를 발명, 56년도「노벨」물리학상을 탄바있는 미국의 「W·H·브래튼」박사가 내한, 19일 우리 나라 고등학생들을 위해서 「나의 고교시절」이란 연제로 서울고등학교 강당에서 특별강연을 했다. 다음은 「브래튼」박사의 강연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 주>
희망에 가득 찬 젊은 학생들의 얼굴을 대하니 대단히 기쁘다.
본인이 오늘 여기에서 하고자하는 얘기는 내 자신이 여러분과 같은 나이에 겪은 고교시절의 체험담이다.
그 당시에는 4년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가정사정이 어려워 3학년 때 학업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후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사립학교에 들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는 했지만 그 고마움에 감사하고 있다. 고교재학 중에는 내가 해야할 일은 산에서 2백여 마리의 소를 돌보는 것이었다.
말을 타고 총을 메고 혼자 밥을 지어먹으며 잠도 혼자 자야만했다. 밤에는 갖가지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이 때의 경험 때문에 무서움을 모르게 되었고 총으로는 동물을 사냥하여 그 고기를 먹기도 했다.
다시 고등학교를 마치려고 「시애틀」근처에 있는 사립학교에 들어갔는데 이 학교는 군대와 같은 규율로 다스렸으며 학생들에게는 직책이 부여되어 있었다.
나에게 부여된 특별한 임무는 「디젤」발전기를 조작하고 고치는 일이었다. 이일 때문에 다른 학생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고 또 늦게 자야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물리교사가 지도하긴 했으나 고장난 「디젤·엔진」을 고치느라고 무척 고생도 많이 했다.
아마 이러한 고통스러운 경험이 후일 나의 연구의욕과 자세를 결정케 한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에는 가정 경제 사정이 호전되어 학비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순수한 이공계 대학이 아닌 사립대학에 입학하여 물리를 전공하려고 마음을 먹고 교수에게 상의를 드리자 적극 찬동해서 애당초 결심대로 밀고 나갔다. 수학과 화학도 열심히 공부해뒀다.
「휘트먼」대학에서 대학과정을 마친 후 「오리건」대학교의 장학금을 얻어 그곳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마침 「오리건」대학에는 대학동문인 수학담당 교수가 있어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이 사람은 「컴퓨터」의 성서라고나 할 책을 쓴 사람이기도하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하게된 것도「트랜지스터」를 발명하겠다는 목적 하에 연구한 것은 아니고 반도체의 성질에 관한 실험을 하다가「트랜지스터」의 원리가 되는 현상을 관찰하게 되었다. 이것은 실로 18년에 걸쳐 반도체 표면현상을 연구한 후에 실험과학자로서 거둔 개가인 것이다.
여러분이 학교에 들어오고 공부를 하게된 것은 하나의 특권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해하는 것은 가장 큰복을 누리는 특권이다. 본인은 아직도 이 특권을 계속 누리고있다.
마지막으로 희망에 부푼 여러분에게 들러줄 말은 『주어진 일이 크거나 작거나 고귀하거나 미천하거나 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자기 자신에게도 충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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