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소통의 시작이 되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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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으로서 올해 국정운영의 큰 그림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통일시대 기반 구축’이란 양대 과제는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적 상황과 도전적 비전을 잘 담아냈다. 정치권 안팎에서 나도는 개각이나 개헌 같은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간결하고 분명하게 답변함으로써 투명성과 예측성을 높이기도 했다.

 다만 원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요구와 주장을 일도양단식으로 잘라 거부한 것은 아쉽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의혹 사건) 특검은 재판 중인 상황으로 대통령으로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사회대타협위원회 구성은 기존의 노사정위원회에 집중하고 응원하는 게 먼저다”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회견 전 “많은 국민과 민주당이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에 응답하는 기자회견이 되길 기대한다”며 대통령이 응답해야 할 대상으로 특검 수용, 불통 논란, 사회대타협위원회 구성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대변하는 정치적 반대층과 국회에서의 위상을 감안해 더 경청하고 이해하는 정성스러운 모습이 필요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안에 따라 안 되면 안 되는 이유를 좀 더 간절하게 설명하거나 논란이 이는 대목에서 한번 만나 더 얘기를 들어보겠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소통은 이제부터라고 본다. 앞으로 더 많은 기자회견, 간담회, 국민과의 대화를 수시로 열고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과 만남을 자주 가져야 한다. 그래서 신년 회견이 소통의 시작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