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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의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해외에 있어서나 국내에 있어서나『젊은이들의 의식』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총리 부 청소년대책본부가 11개 국가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세계청년의식조사보고서』를 발표하여 세상의 주목을 끌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역시 그동안 비록 그 규모는 작았으나 이에 유사한 조사보고가 대학교·「유네스코」한 위, 혹은 사설연구소 등에서 나온바 있었다.
이처럼 젊은이들의 의식에 대한 독창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지난 60년대 말 동과 서의 구별 없이 거의 전세계를 휩쓸었던「스튜던트·파워」또는「유드·컬처」(청년문화)의 등장이 기성세대에 대해 직접적인 충격을 주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를 좀더 깊은 문맥에서 음미해 본다면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오늘의 세계가 조퇴하고 있는 문화변동이 너무도 급격하고 과격한 것이 되어서 젊은 세대의 장래가 기성세대의 눈에는 점차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는 불안이 바닥에 깔려있는 듯 싶다. 말하자면『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던 세대교체의 순환적 회귀의 원이 깨지고, 오늘의 젊은이는 어쩌면 오늘의 어른과는 다른 어른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청소년문제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성세대의 불안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젊은이들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건전하기 이를 데 없는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조사보고서를 통해 밝혀지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일본 총리 부에서 발표한 전기보고서에 의하면 세계의 청년들에게 공통적인「인생의 목표」가운데『성실과 사랑』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본다. 「성실」과「사랑」은 그 어느 쪽도 유아적 또는 이기적인 가치개념은 아니다. 그것은 다같이 타자를 전제한 대인관계, 인간의 상호관계 속에서만 추구되고 만족될 수 있는 가치들이다. 성실은 물론 타자의 개입 없이도 이룩될 수도 있다고 하겠으나, 그 경우에도 역시 자아는 자아를 넘어서는 초자아로서의 양심이나 인륜이나 종교적 신 앞에 자아를 비춰 보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성실」과「사랑」이 물질적인 가치는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신적인 가치인 것이다. 미국이나「스웨덴」처럼 유복한 나라에서 특히「성실」과「사랑」에 대한 갈구가 높다는 것은 이해할만하다. 물질적 유 복이란 일단 그것을 소유한 다음에는 추구할 목표로서의 가치를 잃게 마련인 것이다.
우라 나라의 경우, 젊은이들에게 있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남자는「건강」그 다음이「행복·사랑」, 여자는「행복·사랑」그 다음이「건강」으로 드러났다는 것은 흥미롭다.「성실」이나「사랑」에 비해서「건강」과「행복」은 좀더 개인적인 자아 중심적인 가치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과의 관계보다 우선은「나」의 문제가 더 다급하기 때문인 것일까.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성실」이건「사랑」이건「건강」이건「행복」이건 그러한 것을 젊은이들이 삶의 목표로서 목마르게 찾고 있다하는 것은 바로 오늘날 이와 같은 가치들의 실현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이들의 의식은 어른의 세계의 거울, 그 부정적인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젊은이들의 의식이 아쉬워하는 것을 보고 바로 그러한 가치의 실현을 위해 기성세대가 먼지 반성해야할 거울로 삼아야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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