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쇼『쇼·쇼·쇼』의 연출자 황정태|건전한 프로제작을 위한「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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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약 9년 전 TV「쇼」다운 쇼「프로그램」으로서는 처음으로『쇼·소·쇼』를 제작 방영하면서 그때 느낀 솔직한 심정은『과연 이「프로」가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지극히 회의적인 것이었다. 이것은「쇼」「프로」를 처음 시작한다는 다분히 모험적인 생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당시의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보아 변화를 살려 가면서 시청자를 이끌고 간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초의 이러한 회의적 심정을 단순히 외국의 TV프로를 모방하지 않고 한국적인 TV프로로 성장시키는데 밑거름이 되게 했고 TV「쇼」를 통해 우리나라 연예발전에 작으나마 공헌한 계기를 만들어 준 것으로 믿고 싶다.
「드라마」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쇼」의 경우에 있어서도 프로그램제작의 여건과 관계없이 사회의 환경에 따라 시청자의 기호도 다르게 마련이다. 가령 후진국의 TV프로가 미국등 선진국의 화려한 TV프로의「스타일」을 모방했다고 해서 그 사회의 시청자들 모두가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 사회의 현실에 맞는 그 사회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그러한 TV「쇼」를 성공적인 TV「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쇼·쇼·쇼』는 대체로 이러한 점에 착안, 한국적인 TV「쇼」를 토착화시키는데 역점을 두었다.
가령 조영남·김추자·「펄·시스터즈」·정훈희 등 신인가수를 발굴,「스타」에까지 올리는「스타·메이커」의 구실을 했다든지 대중가요의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그때그때 가수 혹은 가요의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의 역할을 했다든지 하는 것은 한국적인 TV「쇼」가 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제작「스태프」의 한사람으로서 이제까지의『쇼·쇼·쇼』에 대해 불만스러웠던 점도 많으며 반성할 점도 없지 않다. 연출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불만과 반성은 대체로 외부적인 여건에 관한 것이다. 점차 좋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조명· 「세트·특수효과」등 기술적인 문제와「탤런트」(단순한 연기자가 아닌) 개발문제 따위가 그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제약 때문에「코미디」「애크로배트」·「서커스」·「매직」등을 동원하는 이른바「버라이어티·쇼」의 제작이「브레이크」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현 단계로서 우리나라의 TV「쇼」는「버라이어티」를 살리는 면에서 아직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하겠으나「쇼」의 규모-세부적으로 인적자원이나 기술적인 면에서는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설혹 외국처럼「쇼·프로덕션」이나「현·에이전시」가 있어 스스로 대규모「쇼」를 제작도하고「쇼·탤런트」양성을 맡아 한다 해도 TV 「스크린」에 현재 상태를 능가하는 어떤 면을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 TV「쇼」를 포함한 모든「쇼」가 화려한 색채의 적절한 사용에 의해 효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흑백 TV「쇼」가 아무리 대규모로, 아무리「버라이어티」를 살려 제작된다 하더라도「칼라」TV의 보통「쇼」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일 당장 칼라TV가 방영된다 해서 흑백「쇼」로 제작된 영화「필름」을 그대로 방영한다면 그것은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설혹 2, 3년 후에「칼라」TV가 선을 보인다 해도 준비가 일찌감치 앞당겨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또한 이것은「칼라」TV와는 별개 문제로 앞서 사회현상과 시청자의 기호와의 관계를 이야기한바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건전한 오락물로서의 TV「쇼」개발도 크게 고려돼야 할 문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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