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 뻐근하고 쪼그려 앉는 게 편하면 척추관 협착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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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54·서울 구로구)씨는 얼마전부터 무릎의 오금 부위가 당기고 저려서 걸음을 걷기가 힘들었다. 평소 허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다리까지 통증이 내려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엔 쪼그려 앉는 것은 물론 앉았다가 일어나려면 무릎이 펴지지 않아 한참을 용을 써야 했다. 주위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척추관협착증이 의심됐다. 종아리 통증과 저린 것이 척추관협착증 증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다리가 저리고 당기면 척추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을 생각한다. 하지만 무릎연골 손상으로 반월상연골이 파열돼도 무릎 오금쪽 위·아래가 당기고 저리다.

척추관협착증과 디스크가 동반될 때 역시 종아리가 늘 뻐근하고, 무릎부터 허벅지·종아리까지 당기고 저려 쉬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선 환자 얘기를 잘 들어봐야 한다. 증상이나 발생 부위가 확연히 차이가 있다. 이럴 땐 MRI(자기공명영상장치) 등 검사를 시행해 확진받아야 한다.

예컨대 무릎 연골손상이 있는 환자에게 무릎을 쪼그려서 앉게 하면 심하게 통증을 호소한다. 일어날 때도 오금이 땡기고, 아파서 바로 일어나기 힘들어 한다. 이는 찢어진 연골조각이 무릎관절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무릎을 완전히 피거나 구부리기 힘들다.

반대로 척추관협착증이 있는 환자는 걸을 때 종아리가 뻐근해서 알배긴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또 한참 걷다보면 마치 다리가 고무다리같이 힘이 없고 땅을 디뎌도 디딘 것 같지 않다. 이때 쪼그려 앉아 쉬면 허리·다리가 편해져 언제 아팠냐는 듯이 걸을 수 있다. 걷다가 쉬고, 또 걷다가 쉬는 일이 반복된다.

무릎연골이 찢어져 증상이 있을 때는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좋다. 무릎연골 손상이 발생하면 간단한 무릎관절 내시경으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내시경 시술은 0.5㎝ 되는 작은 구멍으로 내시경을 집어넣어 망가지거나 파열된 연골조각을 다듬어 주는 방법이다. 20∼30분이면 치료받을 수 있다.

무릎은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이 많은 부위다. 손상된 연골이 자꾸 커지면 전체 연골손상으로 이어져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것을 연골이식이나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한다.

주위 사람이 권하는 민간요법을 시행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낫겠거니 방치하다보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진단받은 뒤 초기에 올바로 치료받는 것이다.

조재현 제일정형외과원장·
정형외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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