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보인 정가판매|개관 한돌 맞은 중앙도서전시관의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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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출판금고가 직영하는 중앙도서전시관이 5일로 개관 한 돌을 맞았다. 국내의 모든 출판물을 한곳에 모으는 전시장으로서, 정가제로 판매하는「모델」서점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온 이 전시관은 지난 1년간 국내출판계의 양서출판 촉진은 물론 오랜 숙원인 정가판매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국내출판계는 출판사와 서점이 모두 영세해서 우리나라 출판문화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출판물을 한곳에 모을 수 없었다. 국내의 모든 우량출판물을 빠짐없이 전시한다는 것은 독자에 대한「서비스」라 할 수 있으며 또 각 출판사의 양질출판을 자극, 출판문화의 발전을 기한다는 점에서 의의 있는 일이다.
중앙도서전시관은 개관 1년 동안 출판사와 독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개관당시 2백79 출판사의 9천4백49종을 전시했던 것이 지난 8월에는 6백26개 출판사의 1만5천8백93종으로 늘어났다.
이 전시관은 원래 판매가 목적이 아니지만 국내출판계의 판매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정가제판매를 실시해왔다. 할인판매를 해주는 일반 서점보다는 책값이 조금 비싸지만 독자들은 지난 1년간 이 전시관을 꾸준히 계속 이용함으로써 정가제의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다.
출판계의 정화를 위해서는 조속한 시일 안에 단계적으로라도 정가제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김동수 중앙도서관장은 앞으로 이 전시관이 정가판매를 계속 지키고 불량도서추방 등 서적 계의 선도적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중앙도서전시관은 지난 한해동안 모두 8만8천8백98권의 도서를 판매했다. 판매액으로는 5천2백여만원. 부문별 판매량을 보면 문학도서가 역시 제일 많아 전체의 13%인 7천3백35권,그 다음이 잡지류의 7천1백98권, 학습참고서 6천3백96권의 순 이다.
아동도서는 제일 적어 1천9백35권으로 전체의 4%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요즘 아동도서의 대부분이 전집으로 가정에서 직접 월부로 구독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또 문고판매량이 전체의 12%나 차지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월별·계절별 판매량을 보면 독서의 계절인 가을보다 신학기가 낀 봄철이 훨씬 높다는 것이 나타나고 있다. l년 중 판매량이 제일 많은 달은 3월로 1만9백1권(14%), 그 다음이 12월로 8천4백59권(11%)이다. 9, 10, 11월은 7∼9% 정도. 또 겨울철(29%)이 가을(24%), 여름 (18%)보다도 더 많다는 것이 나타났다.
다음 판매량이 제일 많은 문학류 중「베스트·셀러」의「리스트」에 오르는 소설·비소설류를 분석해 보면 중요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즉 국내창작소설의 판매량이 번역소설 판매량의 5분의1에 불과한 것이다.
국내소설은 신간이 나오질 않으며 창작 계가 얼마나 빈곤한 가를 알 수 있으며 또 따라서 독자들도 국내소설에 인기를 잃어 가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국내·국외를 합쳐「베스트·셀러」를 조사한다면 국내소설은 판매량으로 10위안에도 들 수 없는 설정이다.
1년간 중앙도서전시관의 운영으로 큰 성과를 거둔 한국출판금고는 다시 부산과 대구에 지방도서전시관을 발족시킬 계획으로 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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