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찔린 비상망|택시 안서 개머리판 없는 카빈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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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실마리조차 풀리지 않는 구로 공단「카빈」강도사건 1주일. 경찰의 비상망이 퍼져 있는 서울시내에서 구로 강도사건과는 관계없는 녹슨「카빈」총과 실탄을 영업용「택시」안에 몰래 버린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 비상망의 허를 찔렸다. 31일 하오1시40분쯤 서울 성북구 미아동 주유소에 주차 중이던 서울1사5683호「코로나·택시」운전석「시트」밑에 개머리판이 없고 총열이 잘린 녹슨「카빈」1정과 실탄 87발이 숨겨져 있는 것을 여자운전사 김삼례씨(36)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카빈」(번호2676626)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노리쇠 부분 고장과 총구 안의 짙은 녹 등으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히고 발사시험에서 생긴 탄피의의 공이특징과 탄환의 강선혼 등을 조사, 구로 공단 카빈 강도사건 때 사용된 총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이날 발견된「카빈」은 총 길이 28·9cm로 개머리판이 없고 총열도 2·5cm쯤만 남게 쇠톱으로 절단되어 45구경 권총 가죽「케이스」에 넣어져 있었다. 또 16발이든 탄창 1개와 탄창 주머니에 81발등 모두 97발의 실탄이 있었다.
경찰은 ①경찰의 수사 때문에 우범자들이 겁을 먹고 버렸거나 ②구로 공단 사건수사를 교란시키기 위해 공범이 다른 총을 버린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경찰은 카빈에서 지문 5개를 채취, 구로 공단「카빈」강도사건 때의 지문과 대조 감식했으나 같은 지문을 찾지 못했다.
신고를 받은 구로 공단「카빈」강도 수사본부는 수사에 급진전을 보인 듯 한때 초 긴장했으나 강도사건과는 관계없는 총으로 밝혀지자 허탈감에 빠지기도 했다.
운전사 김씨는 이날아침 8시10분쯤 차고에서 나가기 전에 차안을 청소했으나「시트」밑에서 총을 발견하지 못했다.
김씨는 이날 상오11시30분쯤 영등포시장 앞에서 청년 3명을 태워 구로 공단 안 태공일식 집 앞에 l명을 내려 주었고 차를 돌려 2명을 태우고 영등포구 독산 동까지 갔다는 것. 김씨는 그후 노인 1명과 30대 부부 등 승객을 두 차례 바꿔 태운 후 하오1시40분쯤 점심을 먹기 위해 주유소에 차를 세우고 차안 청소를 하다가 낡은「타월」에 싸여 운전석「시트」밑에 버려진 총과 실탄을 발견했다.
경찰은 카빈이 유 기된 시간을 아침8시 반부터 하오1시 반까지 5시간 동안으로 보고 이 시간에 태운 승객 30여명 가운데 구로 공단 강도사건 현장으로부터 3백m쯤 떨어진 태공일식집 앞에서 내린 청년일행 3명 중 뒷자리에 앉았던 청년이 운전석 밑 차 바닥에 총을 밀어 넣은 것으로 보고 이들을 수배했다.
운전석옆자리에 앉은 25세쯤 된 청년은 보통체격에 연두색 남방을 입었고 뒷자리의 청년은 37세쯤이며 호리호리한 체격에 얼굴도 마른 편. 또 다른 청년은 키가 큰 편인데다 얼굴이 둥글며 나이는 37세쯤. 이들은 서울말씨와 경기도말씨라고 운전사 김씨는 말했다.
경찰은 이「카빈」이 군부대·예비군·경찰 등 병기대장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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