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기업과 지주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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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공부는 대통령의 중화학 공업기업의 공개지침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데 현재로는 대체로 두 가지 방침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그 첫째는 기존 업체를 불하하는 경우에는 인수자가 주식의 51%를 소유하고 나머지 49%는 분산한다는 조건을 붙여 불하한다는 것이고, 둘째로 신설회사의 경우에는 실수요자를 모아 지주회사를 만들고 지주회사가 외국 투자선과 합작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침이 대통령의 지침에 꼭 부합되는 것인지의 여부는 좀 더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나, 먼저 형식과 실질문제를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첫째, 기존업체의 불하에 있어서 인수자를 미리 결정하고 나머지 49%의 주식을 인수자가 공개토록 하는 것은 외형상으로는 대통령의 지침과 부합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문제점이 있다.
솔직히 말하여 기존기업을 불하하는데 인수자를 미리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기본지침의 근본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51%의 주식을 특정인이 지배한다면 경제학적으로는 이미 공개기업이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지배기업을 불하하는 경우 51%를 보장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더우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생각이라면 51%선의 보장은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다. 처음부터 주식을 증권시장을 통하여 매출하되, 동일인이 매수할 수 있는 주식수만 제한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오히려 인수자를 미리 결정하고 그로 하여금 49%의 주식을 매출토록 하는 경우에는 49%의 주식에 엄청난 「프리미엄」을 붙여 매출함으로써 인수자는 헐값으로 기업을 얻을 여지가 있다.
다음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것도 역시 문제가 없지 않다. 원리적으로 말하여 독점과 지주회사와의 관계는 명백한 것이므로 지주회사 방식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기업공개 방침에는 역행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오히려 정부의 설명대로 중화학공업이 아니라 경제의 선도산업이 되는 것이라면 그 주식의 성장성은 높은 것이라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당연히 중화학 주식에 대한 국민적인 인기는 높아질 것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구태여 소수의 실수요자들로 구성되는 지주회사를 만든다는 생각을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오히려 사업목적을 명시하고, 회사 발기주식을 공모하여 국내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가 필요하면 합작투자 하도록 하는 것이 공개원칙을 보다 충실히 따르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제 투자알선 기관이 충분히 그러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므로 실수요자 운운함으로써 주식투자의 기회를 일반으로부터 빼앗아 가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아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없다.
끝으로, 공개기업의 개념문제를 재정립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현재의 법체제로 보아서는 소액주주의 장부열람권과 주총에서의 발언권이 크게 제약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동일인이 51%의 주식을 지배하고 있다면 1백% 지배하고 있는 것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이러한 공개 개념으로써는 대중적인 주식참여를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도 없거니와 또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목표를 추구할 수도 없다. 따라서 공개기업의 개념을 재정립함으로써 이를 단계적으로 추구하는 계획을 지금부터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진실한 공개기업의 경우, 30%의 주식 소유로써도 회사를 충분히 지배할 수 있다는 일반원리로 보아 공개기업에 대한 개념은 새로이 정립되어야할 것이며, 그에 따라서 세법 체계도 다시 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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