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능의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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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낮에 구로공단에서 「카빈」으로 사람을 쏘고 3백여 만원을 강탈한 강도범은 범행차를 버리고서 『지문 채취 열심히 해보슈』란 야유 섞인 쪽지를 남겨 놓았다. 실로 대담 무쌍하고 방약무도하기 이를데 없는 범행이다. 강도범이 얼마나 경찰을 얕보았으면 이렇듯 야유조의 쪽지를 남겼을 것인가.
범인은 아마 지난 1년 동안에 일어난 차량 이용의 강도사건 6건 중 아직 1건도 해결되지 못한 점을 익히 알기 때문에 수사진을 비웃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사건은 지난번 이정수씨 피랍사건 사건과 마찬가지로 대담무비한 사건이요, 경찰력이 다른 일 때문에 제 기능을 발휘치 못하고 있는 허점을 찔러 행동한 것이 역력하다. 개머리만 없는 「카빈」을 든 강도범이 서울시내를 활보하면서 제3, 제4의 범행을 노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하루 속히 이를 체포하여 앞으로 행여 있을지도 모를 모방 범죄 발생을 막아야 할 것이다.
지난 1년 동안에 일어난 차량 이용 강도사건은 서울에서만도 6건이나 된다. 그런데 그 중 1건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이 중에서 이번 사건과 비슷한 은행 예금주 피랍사건도 2건이나 된다.
작년 7월27일에는 상업은행 용산지점에서 봉급 55만원을 찾아 나오다 경찰복을 입은 2명에 의하여 납치된 뒤 유기된 사건이 있었고, 작년 9월12일에는 국민은행 아현동 지점에서 예금 66만원을 찾아 나오던 이정수씨가 경찰 작업복 차림의 「카빈」을 든 2명에게 납치된 사건이 있었다. 이정수씨 피납사건은 아직까지 이씨의 생사소식 조차 모르고 있으며, 납치에 사용되었던 차가 발견된 뒤에도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이밖에도 훔친 차량을 사용하여 「백」 등을 날치기 당한 사건이 1건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경찰은 범인들이 차량 전문 절도범으로 그 배후에는 자동차 정비공장 등이 있지 않나 보고 있는 듯하다. 그 근거는 범행에 사용된 차량들이 변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정수씨 사건 때에도 「서비스」 공장 등을 뒤졌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이번에도 그 성공의 가능성은 비관에 기울고 있다.
경찰의 수사가 이렇게 부진한 이유는 경찰의 사기저하라는 일반적 이유 이외에도 특히 기동력이 모자라 경찰이 수사망을 펴기 전에 범행차가 자취를 감추기 일쑤이며, 또 야간에 으슥한 골목길에 차량이 버려지기 때문이다. 경찰이 차량 이용 강·절도와 대결하기 위하여서는 기동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요, 이에 필요한 과학장비와 수사요원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수사경찰의 사기가 오르지 못하고 수사요원의 대우가 나쁘다는 것은 수사기능 약화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것이다. 본 난은 누차에 걸쳐 수사경찰의 강화와 독립 등을 부르짖어 왔으나 이를 마이동풍으로 흘려버리는 것 같다.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며, 이를 위협하는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 있는 것임을 잠시라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일체의 범죄수사에 있어서는 예방경찰의 역할도 중요하나, 일단 저질러진 범죄에 대해서는 그 범인이 반드시 잡히고 만다는 확증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 원칙이 확립되기만 한다면 범죄예방은 자연히 될 수 있는 것이다. 경찰이『지문채취 열심히 해보슈』라는 따위 야유를 다시는 받지 않도록 이번 사건의 범인 검거에 전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
수사본부장 조차도 『시민들의 협조 내지 범인에 대한 정보제공 없이는 사건해결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이번에도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 다음 번에는 또 누가 희생될지 모르는 것이니 시민각자는 자기 자신의 보호를 위하여서도 범인색출에 앞장서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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