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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제로 지대…열차기관사 합숙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철도청 산하 열차기관사 합숙소가 노무자 합숙소 못지 않게 시설이 나쁘다. 이 때문에 열차기관사들이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못 가져 잇달아 일어나는 열차사고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철도청이 지난 12일의 영동역 유조 열차 탈선 전복사고를 계기로 전국 59개 열차기관사 합숙소 현황을 자체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59개 합숙소 가운데 ▲이불 등 침구가 낡고 불결하여 빈대 등이 들끓는 곳이 전체의 70%인 42개소나 되고 ▲합숙소의 내구 연한이 지나 위험도가 높고 비가 새는 것 등이 10개소 ▲주위가 시끄러운데도 창구에 방음장치가 없어 수면을 못 취하는 곳이 12개소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선·고한·도계·정지·여량역 등 l7개 합숙소는 철도청 직영합숙소가 아니고 여인숙 등을 빌어 쓰고 있다. 이들 여인숙은 방이 좁고 일반인의 출입이 잦아 시끄럽고 밤에는 방 여분이 없을 때가 많아 이용을 못하고 밖에서 지새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다.
비교적 시설이 우수한 편에 든다는 청량리역 합숙소 도구들이 꺼지고 형광등이 켜지지 않는 방이 있으며 다른 합숙소 역시 철도청이 철도부지를 마구 팔아 주택과 술집 등이 밀집, 기관사들이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사들의 말로는 주·야 근무를 한달 간격으로 교대하기 때문에 야간 근무 때는 한달 평균 4, 5일밖에 집에서 자지 못하고 20일 가량은 합숙소 신세를 져야 하는 실정이다.
또 식사도 대 도시 합숙소는 1끼에 80원, 벽지합숙소는 1백원으로 값은 싼 편이지만 영양가 부족으로 시력 장애를 일으켜 운전에 지장이 많으며 기관사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쉬려해도 승무수당이 하루 1천원씩 깎여 재대로 쉴 수 없는 실정이라고 기관사들은 말했다.
철도청에 따르면 이러한 시설 불량합숙소를 개선하는데 최소한 5억5천만원이 들것으로 진단, 올해 2천만원을 예산에 반영했으나 이것마저 다른 경비에 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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