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민속 음악 박물관 개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달밤』의 작곡가 나운영씨(고·연세대 음대교수)가 제주도 북제주군 한경면 용수 저수지 제방 옆에 우리 나라 처음의 민속음악 박물관을 짖고 지난 20일 문을 열었다. 30여 년을 민속음악 연구에 몰두해 온 한 작곡가의 소박한 꿈이 열매를 맺은 것이다.
나 교수가 사재를 털어 지은 20평 짜리 한식 박물관 건물 안에는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고유의 각종 악기와 제주 민요 4백여곡 등 나 교수가 정성 들여 모은 민속 음악의 귀한 자료들이 진열됐다.
이 민속음악 박물관의 자료들을 모든 음악 학도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내년부터는 국내 다른 지방과 동남아 각국의 민속음악 자료도 수집, 진열할 계획이라는 나 교수는 세계 성을 띤 음악을 창조하려면 우선 그 나라의 민요를 발굴, 이를 토대로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민속음악 박물관의 설립이 간절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민속음악 박물관에는 우리 나라 아악 「레코드」1백장, 민요 악보 30종, 악서30책, 우리 나라에 2개뿐인 수공후와 거문고·가야금·해금·양금·향피리·당피리·장구·징·태평소·대금·중금·퉁소·단소 등 30여종의 악기도 진열돼 있다.
민속음악 박물관이 자리잡은 용수 저수지 일대는 지난해 황새가 나타나 널리 알려진 곳.
지난 66년 연세대 대학원의 연구비로 제주 민요를 연구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제주도의 산간 벽지를 찾아다니며 민요 수집을 해 온 나 교수는 제주 지방의 민요가 풍부한데다 우리 나라 민요로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 이곳에 민속음악 박물관을 짓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 교수는 제주도에 사 두었던 감귤밭 3천평에 2천 그루의 감귤나무를 심어 이 박물관의 운영비로 쓰고 앞으로는 서울에 본관을 세워 국내의 민속음악 자료를 정리, 진열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신상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