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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외자도입원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화학공업개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내외자의 조달이다.
더구나 단일 「프로젝트」기준으로도 자금소요액이 방대하기 때문에 조달문제뿐만 아니라 관리문제도 국제취지와 관련하여보다 효율화하는 것이 요구되고있다.
한가지 사업이라도 국제경쟁력에 적응치 못하거나 부실화한다면 60연대의 외자업체 부실과는 엄청난 차이로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중화학공업에 필요한 외자는 처음 도입할 때부터 원칙을 정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실수요자들이 사업계획을 추진하도록 국내외에 제시했다.
정부가 정한 원칙은 대체로 7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소요 자금의 조달에 있어 자기자금과 차입금의 비율을 최소한 3대 7을 유지해야하며 합작투자의 경우는 외국인주식 비율이 원칙적으로 50%이하라야 한다.
이 경우 차입금에는 차관이 포함되고 외국투자가의 주식비율문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이 기준이 되고있다.
둘째, 차관조건(전환사채 포함)은 상황기간이 10년 이상이라야 하고 연 이자율은 「프라임·레이트」(우량기업대출금리)에 1%를 가산한 수준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셋째, 기술도입에 있어서는 최신기술만을 허용하기로 되어있다.
넷째, 사업규모는 국제경쟁단위로 대규모화해야하고 제품의 판매가격도 최소한 국제가격이 유지될 수 있어야한다.
다섯째, 국내실수요자는 물론 외국의 합작 선이나 차관선도 경쟁방식에 의해 선정하도록 돼있다.
이는 부실한 실수요자 선정으로 사업추진자체가 원천적으로 무리를 가져오는 것을 막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섯째, 전용부두 등 공장의 부대설비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사업 추진체의 자체자금으로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한다.
일곱째, 정부의 지원대상은 시설지원 인력지원 기타 자금 및 세제상의 지원으로 나누어 시설지원의 경우는 단지조성이나 철도·항만·전력 등 사회간접자본에 한정토록 했고 인력지원은 기능공을 양성, 중화학공업에 필요한 인력공급에 중점을 두기로 돼있다.
이 같은 중화학공업의 외자도입 및 지원원칙은 이미 미·일 등 자본협력 대상국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에도 제시했으며 앞으로 국내 실수요자선정과 외자조달의 「가이드·라인」으로 설정돼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들이 지켜지기에는 국내의 자본력이 너무나 미약하고 또 외자조달측면도 그 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꼭 지켜지리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 한 예로 이미 선발기업으로 완공을 본 포항종합제철이나 거의 완공 단계에 가있는 현대조선소 건설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포항종합제철의 경우는 그때의 국내외 환경이 여의치 못한 탓도 있지만 64년에 태동하면서부터 외자조달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무려 6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됐고 연산 1백 3만t(조강 베이스)규모의 중규모공장을 짓는데 내자만도 5백 42억 원(총 건설자금의 44.7%)이 들었다.
앞으로 최초설비 규모 5백만t 규모의 제2종합제철이 건설된다고 할 때 외자비율을 포항종합제철보다 높여준다고 해도 우선 내자비율을 지키면서 건설하기는 거의 무망하다는 게 정부관계자들이나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 건설 중에 있는 현대조선소는 내자관계가 아직 분명치 않지만 외자의 경우, 5천 40만 불을 조달하는데 5개국 혼성차관으로 돼있고 그 중에는 상환기간(거치 포함)이 5년 정도인 것도 끼어있다.
이밖에 최근 「외심위」를 통과한 조선공사의 대단위 조선소 건설에 있어서도 외자는 상환기간이나 금리가 도입원칙의 테두리 안에 들었지만 내외자의 투입계획은 80억원(약 2천만 불)대 8천 2백 80만 불로 내자비율이 25%이하다.
이처럼 순수하게 민간에서 건설이 추진 중에 있는 중화학공업 대상사업의 자금조달내용은 벌써부터 도입원칙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달러」가치가 하락되는데 따라 건설자금이 더 많이 소요되게되면 외자의 비중은 더 커지고 내자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81년까지 신규로 들여올 외자 1백억 불 가운데 중화학공업 투자 분이 약 60억불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처럼 방대한 외자를 모두 우리가 예정하고 있는 좋은 조건으로 들여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설정한 외자도입 원칙은 계획유도를 위한 「가이들 라인」으로 활용되면서 사업의 성격과 내외환경에 따라 신축성 있게 적용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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