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마리화나 합법화 … 또 불붙은 마약 대안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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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로 콜로라도주에서 1일(현지시간)부터 오락용 마리화나 판매가 합법화됐다. 이날 오전 8시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한 상점 앞에 마리화나를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덴버 AP=뉴시스]

마리화나 판매가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1일부터 마리화나 판매가 합법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사회는 새해 벽두부터 마리화나 합법화를 둘러싼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면허를 받은 판매점에서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파는 것은 콜로라도주가 미국 최초다. 지금도 미국 20개 주에선 의료용 마리화나가 허용되고 있다. 이번에 합법화된 것은 오락용 마리화나다. 일반인도 취미나 재미로 마리화나를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네덜란드에서는 허가받은 카페에서 마리화나를 팔 수 있으며, 우루과이에선 4월부터 마리화나 판매가 허용된다.

 콜로라도주에선 이날 아침 40곳의 판매점에서 마리화나를 팔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주 당국은 348건의 소매 허가를 내준 상황이어서 판매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1세 이상 콜로라도 주민은 누구나 최대 1온스(28.3g)까지 대마초를 살 수 있다. 다른 주 주민은 4분의 1온스로 판매가 제한된다. 하지만 콜로라도주 안에서 피워야 한다. 다른 주로 가져가거나 덴버국제공항에 가져가는 것은 금지된다.

 이날 판매점 앞엔 새벽부터 마리화나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쳤고, 하루 종일 마리화나 구입 문의 전화들이 빗발쳤다. 콜로라도의 한 상점 매니저는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 걸려온 전화도 있었다”고 말했다.

 마리화나 합법화는 콜로라도뿐만이 아니다. 워싱턴주도 올해 중반 마리화나 판매가 시작된다. 두 주는 지난해 11월 주민 투표로 마리화나 판매를 승인했다. 콜로라도는 마리화나가 암시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여러 가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당국이 라벨을 붙이고 포장하는 전 과정을 들여다본다. 워싱턴주는 아예 면허가 있어야만 오락용 마리화나 생산과 판매가 가능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다.

 미국은 마약이라면 질색하는 나라다. 담배마저 규제 강도를 높여가는 추세다. 그런데 마리화나 합법화 시대가 열린 것은 아이러니다. 찬성론자들은 마약과의 전쟁의 한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고도 뿌리를 뽑지 못하고 있으니 차라리 마약보다 중독성이 덜한 마리화나를 허용하는 것이 낫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마리화나 판매를 허용하면 세금 수입이 늘어난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마리화나 시장 규모는 14억 달러(약 1조4700억원)로 추산됐다. 콜로라도 주 정부는 6700만 달러의 세수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대중을 위험에 빠뜨릴 무모한 정책이라며 날을 세웠다. 약한 약물이 결국 강한 약물로 이어진다는 약물 사슬론을 제기했다. 특히 10대들이 마리화나를 접하게 되면 쉽게 마약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리화나를 피우고 정신이 몽롱한 운전자들이 교통사고를 내는 자료도 제시됐다. 콜로라도대 중독재활센터의 벤 코트는 “이번 조치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고 말했다. 콜로라도와 워싱턴이 마리화나 생산과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마련해 가고 있지만 마약업자들이 끼어들어 마리화나를 빼돌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마리화나는 연방법에선 여전히 불법이다. 연방정부가 콜로라도와 워싱턴에 내준 승인은 일종의 조건부다.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100% 검증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것도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마리화나에 접근하게 되거나 범죄 집단의 수중에 들어가면 바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콜로라도가 마리화나 합법화의 확산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범 지역이 된 셈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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