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마음을 움직이는 홍보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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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건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신년사에서 내비쳤듯이 경제 살리기와 국가 안보, 비정상의 정상화 세 가지일 것이다. 메시지가 ‘무엇을’에 해당한다면 이를 전달하는 방식은 ‘어떻게’에 해당한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메시지 자체뿐 아니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청와대 홍보의 핵심적인 문제는 ‘법과 원칙’이 많았고 ‘이해와 경청’은 부족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원칙을 흔들림 없이 유지한 건 잘한 일이었다. 그러나 정치적 반대층이나 피해자의 입장에서 경청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해와 경청엔 묘한 마력이 있다. 반대층이나 피해자는 설사 자기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마음을 열고 들어주는 것만으로 마음의 치유를 받고 저항의 강도를 누그러뜨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해와 경청의 과정을 성의 있게 밟은 뒤 엄정하게 집행되는 법과 원칙은 더 많은 지지를 받고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정책에 대해 여러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SNS 등을 통해 퍼져 나가고 있다. 잘못된 유언비어를 바로잡기 위해 초기부터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홍보적 대응이 전술적인 효과를 낸다면 이해와 경청의 홍보적 관점은 전략적 우위를 가져다줄 것이다.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역할 차이가 분명치 않은 점도 아쉽다. 국정홍보처 같은 별도 부서가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부 전체의 메시지 조율과 관리 같은 국가전략적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홍보수석이 대변인처럼 그날그날 ‘대통령의 입’ 역할만 하는 시스템에 변화를 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