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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 편부·편모 가정 급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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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미국사회에는 이혼한 남·여·미망인·미혼모 또는 미혼부가 큰 세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혼자서 가정을 꾸려가고, 어린아이를 길러가야 하는 이들은 경제적·법률적·사회적·심리적 문제 등 산더미 같은 어려움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다.
이 같은 편모·편부의 가정은 65년에 비해 72년에는 31·4%가 늘어났고, 이는 양부모를 갖춘 가정의 증가율의 3배에 해당한다.
현재 편부·편모의 가정은 미국전체의 5천4백만 가정의 14·9%에 이르는 8백10만 가정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 가정에서는 18세 이하의 전체인구의 13%에 이르는 8백60만명을 양육하고 있다. 이 같은 통계는 전 미국인이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했다. 현저한 증가현상은 최근에 갑자기 늘어난 미국가정의 이혼사태에 원인이 있다. 65년에서 72년까지 이혼에 의한 편부의 증가는 71%, 편모의 증가는 58%다. 그 다음이 미혼모의 증가인데 이는 같은 기간에 80%가 늘어났다.
원인이야 무엇이든 간에 아이를 거느린 편부·편모는 상처투성이의 생활로 접어드는 것이다. 우선 한쪽 부모를 잃은 가정은 수입은 줄어들고 지출은 올라간다. 생활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이혼모는 여생을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위자료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1년 내지 많아야 2년 치를 받는 것으로 끝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싸구려 노동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혼자 가정을 꾸리는 여자의 53%가 미숙련 노동시장에 나가서 그들의 고교나 대학졸업장에 어울리지 않는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편부·편모의 가정에서 지출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부문은 낮 동안에 아기 보는 일로, 6세 이하의 어린이면 평균 연1천5백「달러」가 든다. 돈이 없는 사람은 또 아기 보는 기관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서 고민이다.
67년부터는 정부가 직업어성의 자녀를 들보는 예산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연방 정부가 75%, 주정부가 25%를 부담하여 69만4천명의 어린이를 돌보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직업여성들은 아기 보는데 드는 과중한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싼 임금의 직장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고있다.
남편이 없는 여자들은 여기에다 또 「크레디트·카드」를 갖는 일조차 어렵게 되어 있다. 많은 회사들이 과부나 이혼모에게는 현금으로만 상대하려고 한다. 현금이 없으면 자동차도 못 사고, 편모가 아기를 기른다는 것을 알면 「아파트」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6년 전에 남편과 사별한 여인은 남편의 「카드」를 말소시키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여 자동차도, 「아파트」도 얻었는데 이혼모는 당당한 직장을 갖고도 현금거래 이외의 경제활동이 정지되는 일도 있다.
그래서 의회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한 적도 있었다.
미혼모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들에게는 미망인이 받는 동정이나 위자료도 없다. 그들은 자기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기술을 배우거나, 대학에도 다녀야 하고, 가정도 꾸려가면서 아기도 길러야 한다.
경제적인 문제에 앞서 아기들에게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정의 파손에서 오는 환경이다. 어린이는 본래 가정에서 양쪽 부모가 함께 미치는 영향을 필요로 한다. 한 쪽을 잃으면 이들의 정상적 발달은 저해 받는다.
60년∼71년의 소년범 분석통계를 보면 편부·편모 밑에 있는 소년·소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것은 파손가정의 자녀들은 한쪽 부모가 없는데 대한 분노와 원한이 쌓여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컬럼비아」대 아동심리학자 「리처드·가드너」 박사 같은 사람은 또 청소년범죄의 원인을 다른 가정에만 돌리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이며, 편모 또는 편부와의 원만한 관계 형성이 안될 때도 큰 문제가 생긴다고 보았다.
겉으로 나타나는 범죄사건 이상으로 편부·편모가정의 어린이를 괴롭히는 요인은 나머지 부모를 언제 또 잃을지 모른다는 걱정과 잃어버린 부 또는 모를 언젠가는 찾으리라는 집념에 사로잡혀 얻는 「노이로제」현상이다. 미국에서 현재 이혼의 경우 90%가 어머니 쪽에서 자녀 양육권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버지 쪽과 평등하게 되도록 법원에서 조정할 방침이다.
많은 상담심리학자들은 또 성인이 된 남녀가 가정 안에서 이성의 상대와 접촉 없이 혼자 가정을 꾸려 가는데 대한 문제점을 중요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완전한 가정을 꾸러가고 있는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성과 접촉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이들에게는 그래서 사회적 배출구가 필요하며 이들만이 모이는 몇 개 단체도 생겨났다. 그리고 이런 단체활동을 통해 대부분은 결국 재혼을 하게된다.
물론 그들 나름의 생활「스타일」을 만들어 즐겁게 살아가고 훌륭하게 자녀를 길러 가는 편부·편모의 가정도 숱하게 많다. <미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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