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 위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오늘은 일요일. 교회 다니는 이모를 따라 세검정 청운양로원엘 갔다.
매주일 방문하시는 그 교회전도사님을 따라 난생처음 그런 곳에 가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노인들의 단체생활이 궁금했었고 가보고 싶던 곳이라 나대로는 무척 기다리던 날이기도 했다.
예배가 끝나자 전도사님과 이모, 그리고 집사님 두 분과 양로원으로 향했다.
산 속에 조용히 자리잡은 양로원은 깨끗이 다듬어진 꽃밭과 잘 정돈된 뜰이 노인들만이 생활하는 집 같지 않게 아름다웠다.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더구나 우리 집은 시장 가까이에 있는 터라 밤낮으로 자동차 소음과 생존 경쟁의 아우성만이 범람하는 생활에서 오랜만에 해방되자 우거진 나무숲과 시냇물소리는 내 어린 시절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 빨래, 그리고 물가에서 빨래하는 어린 처녀의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마당에 들어선 우리 일행을 보자 할머님들은 외부사람이 그리웠던지 무척 반가운 표정이다. 특히 전도사님을 보자 서로 가까이 모시러 그 야단들이다. 나는 노인들의 건강한 모습과 밝은 생활을 볼 때 무척 기뻤다.
전도사님은 방마다 다니며 예배를 드리고 노인들을 위해 한사람씩 개인 기도를 올리셨다.
그 중의 몇몇 노인들은 병으로 누워있었지만 전도사님을 보자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변으로 불편해 하는 노인들을 어루만지며 기도를 드릴 땐 왠지 자꾸 눈물이 나왔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할머니들이 아직 정정하니까 지루한 시간을 메울 겸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제공해 줬으면 어떨까하고 나대로 생각해 보았다.
돌아오면서 뒤돌아보았을 때 노인들은 내내 서운한지 손을 들고 있었다. 남은 여생도 병 없이 건강하게 지내도록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빌었다.
그리고 의지할 독 없는 불쌍한 노인들을 외롭지 않게 살수 있도록 이러한 보금자리를 더 많이 마련해서 누구나 이런 기관을 누릴 수 있게 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찾아주는 발길이 끊기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도…. 김윤희(서울 중구 오장동139의11)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