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립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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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장충단에 신축된 중앙국립극장이 오는 10월20일 개관을 앞두고 마지막 손질을 서두르고 있다. 예술의 민족적인 새 전기를 누구나가 바라고 있던 만큼 새 국립극장에 기대되는 바 여간 크지가 않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종합민족문화「센터」의 일환으로 신축될 국립극장은 연 건평 9천여 평에. 지하1층, 지상4층이며, 동양 최대규모의 건물이라고 한다. 앞으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극장이 될 것이 틀림없다.
특히 4백 평의 대 무대에는 최신식 무대시설과 조명장치 등이 완비되어 있다는 것은 무대예술의 관계자들에게는 다시없이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무대예술이란 하나의 종합예술이다. 연극 하나만을 예로 든다 하더라도 문학과 연기자 그리고 음악과 미술, 때로는 또 무용 등이 합쳐져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장르」및 부문이 충분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하나의 연극의 창조성이며 예술성 또한 제대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분야의 예술가들이 충분한 창의력과 재능을 발휘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무대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그동안 너무나도 빈약한 무대에만 익어왔던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오던 바였다.
이제 우리는 세계적인 교향악단을 또는 「발레」단을 혹은 또 전위적인 극단을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초청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우기 완전히 기구를 일신한 새 국립극장은 국립가무단, 국립합창단, 국립「발레」단과 무용단, 국립교향악단, 국립극단, 국립「오페라」단 및 국립창극단 등 무대예술의 모든 영역에 걸친 거창한 기획을 세우고 있다한다.
우리는 근 3세기에 걸쳐「프랑스」고전문학의 전통을 키워 나가는 데 가장 빛나는 공헌을 한「프랑스」의 국립극단, 「코메디·프랑세즈」의 본을 알고 있다. 우리는 또 영국의「발레」를 세계의 정상에 끌어올리는데 성공한「로열·발레」단의 얘기를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새 국립극장이 참으로 우리네의 문화적 창조를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의 하나가 되어주기를 갈망하는 까닭도 이런데 있는 것이다.
민족의 오늘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쌀이다. 그러나 민족의 내일을 위해 필요한 것은 꿈이다. 아름답고 밝은 꿈이-. 그리고 이런 꿈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예술인 것이다. 예술의 꽃이 자유스럽게 숨쉬고 마음놓고 피워 나갈 수 있을 때 비로소 민족의 내일도 밝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국립국장이 안고 있는 과업이란 지중지대 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결코 저버려서는 안 되는 것은 국립극장이란 단순한 무대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세계적인 규모와 최신식시설을 자랑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창조적으로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때에는 곧 사장되고 만다. 국립극장의 주인은 다름 아닌 그 무대 위에서 관중을 웃기고 울리고 감동시켜주는 무대예술가들이며 이들의 예술활동에 공감하고 아낌없이 갈채를 보내는 관중들이다. 민족문화라는 거창한 결정도 결국은 이러한 소박한, 그러나 중요한 기점 위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결코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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