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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마시며 해맞이 서울 시민 … 감도 못 잡은 기상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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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새해 첫날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를 찾은 시민이 황사에 덮인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날 서울 관악구의 미세먼지 농도는 기준치의 2배에 가까웠다. [뉴스1]

새해 첫 해돋이를 보기 위해 1일 새벽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 올랐던 이순배(51·서울 제기동)씨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구름이 끼지 않아 일출을 볼 수는 있었지만 기대에 못 미쳐서다. 붉고 둥근 태양 대신 가장자리가 뿌옇게 흐려진 노란 태양만 봐야 했다. 하늘을 뒤덮은 먼지 탓이었다. 이씨는 은근히 화도 났다. 그는 “마스크를 따로 챙기지 않아 몇 시간 동안 먼지를 계속 마신 셈”이라며 “황사가 올 줄 미리 알았더라면 해맞이를 안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새벽 황사가 서해안과 일부 내륙지역을 덮쳤다. 특히 서울에 새해 첫날 황사가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기상청과 환경부 모두 황사예보를 놓치는 바람에 해맞이 등을 위해 야외로 나온 시민들이 적잖은 불편을 겪었다. 시민들이 해돋이를 구경하던 이날 오전 7~8시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24시간 환경기준인 ㎥당 100㎍(마이크로그램·1㎍=100만 분의 1g)이 넘었다. 오전 2시 서울 관악구에서 189㎍까지 치솟았던 미세먼지는 오전 9시를 고비로 낮아졌지만 이날 오전 서울의 평균 오염도는 122㎍으로 미세먼지 예보단계 중 ‘나쁨(121~200㎍/㎥)’에 해당했다.

 그러나 기상청은 황사가 닥치기 불과 2~3시간 전인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 예보에서도 황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1일 오전 3시에야 “지난해 12월 30일 몽골과 31일 중국 북동지방에서 발원한 황사로 인해 서해안과 일부 내륙에서 옅은 황사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새벽시간 뒤늦은 발표 탓에 황사 발생 사실을 알고 집 밖으로 나온 시민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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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청 허진호 통보관은 “예보관 회의 때 황사 얘기가 나왔지만 당시에는 상층으로 통과하고 지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황사예보는 기상청 소관이지만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도 미세먼지 예보를 하면서 황사가 원인일 경우 이에 대해 언급한다. 환경과학원은 그러나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5시 미세먼지 예보문을 발표하면서 황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미세먼지 오염도도 ‘보통’ 수준이 되겠다고 예보했다. 환경과학원은 앞서 이날 오후 3시 서해 백령도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385㎍까지 치솟은 사실을 파악해 황사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환경과학원은 기상청이 황사 관측 사실을 발표한 다음인 1일 오전 7시에야 황사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환경과학원 홍유덕 대기환경연구과장은 “황사 가능성은 알았지만 황사예보는 일단 기상청 소관인 데다 과학원은 아직 미세먼지 예보 경험이 많지 않아 스모그 쪽으로만 신경 썼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대책 추진=환경부는 2015~2024년 사이 10년 동안 4조5000억원을 투자해 서울 등 수도권지역의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를 ㎥당 47㎍에서 30㎍으로,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는 27㎍에서 20㎍으로 낮추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목표치는 지난해 12월 10일 공청회에서 제시했던 25㎍보다 강화된 것이다. <중앙일보 2013년 12월 11일자 8면

 환경부는 이를 위해 버스·대형 화물차에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 저감장치를 부착하고 숯가마와 직화구이 음식점 등에 대해 오염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키로 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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