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옥수수의 구매교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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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의 41개농산물수출금지와 관련, 대미구매교섭에 나섰던 우리정부 농림당국자는 옥수수·밀등에 대한 충분한 공급약속을 받았다하며 l만t의 콩 수입도 가능케 됐다고 한다. 또 올 가을 추수기에 다시 수출통제가 불가피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한국에 대해서만은 차질없이 공급하겠다는 미국의 보장을 받았다 하므로 곡물공급문제는 일단 풀렸다 할것이다.
이는 어느 면에서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미국의 금수조치가 제3국을 목표로한 정략적 결정이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 예외조치를 여간해서 인정하지않는 미국이, 특별히 한국에 대해서만 공급을 보장해준 이유가 나변에 있으며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미국은 한국이 80년대에 가서 가장 유망한 곡물수입국이 될것임을 예견, 그렇게 유망한 곡물시장을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장기적리재에 기여할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녹색혁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농업의 주기적인 성장을 3차5개년계획의 3대목표중의 하나로 잡고 있음에드 불구하고 한국이 곡물수출시장으로서 가장 유망하게 평가되었다면 그 이유를 우리 스스로도 분석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만약에 우리의 식량자급정책에 근본적인 허점이 엿보였다면 또한 큰 문제이다.
또 한국은 지금까지 만성적인 식량수입국으로 굳어져 아직까지 그러한 경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상대적인 저곡가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합당한 것인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재 곡가는 국제적인 곡물가격이 2배로 오르기 전에 책정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변화로 말미암아 우리는 결과적으로 상대적 저곡가정책을 집행하고있는 셈이며 이를 위해 일껏 쌓아올린 재정자금을 소진시키면서까지 소비보조금을 양특에서 지급하고있는 셈이다.
저곡가정책은 결과적으로 곡물수입의 증대와 국내 공급력의 약화라는 장기적 결함을 파생시키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장기 예측과 부합되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철저히 우리의 농정및 양정을 평가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식량공급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시적인 물가요인 때문에 수입촉진적인 곡가정책을 유지해서는 아니된다는 점을 장기적 안목에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미국 농산물구매에 있어 장기차관방식에서 현금구매방식으로 바뀌는 경향이 생겨서는 앞으로 어려운 문제가 제기될 것임을 유태해야할줄로 안다. 이번 곡물구매교섭에 있어서도 현금구매가 포함되어 있는것 같은데 우리의 외환보유고로 보아 앞으로 미국이 현금구매 압력을 가중시킬 여지가 많은 것은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여 현금구매비율이높아진다면 우리의 보유외환구조로 보아 식량수입 때문에 공업화에 제약을 가하는 애로에 봉착할 소지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미국의 농산물수출보장이 단기적으로 우리의 애로를 풀어주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좋으나, 이에 만족해서 농정의 장기적 과제를 소홀히 다루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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