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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연구발표의 자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보도에 의하면 문교부는 앞으로 대학교수들의 연구결과를 관계부처와의 협의 없이는 발표·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와같은 지시는 교수들의 연구결과가 외부에 발표될 때,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생활에 본의아닌 혼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같은 우려의 대상이 되는 경우로서 특히 수출이나 국민보건등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들을 들고 있다.
문교부의 지시에 대한 이러한 보도를 듣고 솔직이 말해서 우리는 이 보도가 무엇인가 착오로 인한 오보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과연 문교부의 이러한 지시내용이 알려지자 학술원원장은 즉각 이에대해 행정적인 논평을 하고 나섰다. 문제된 문교부 지시내용은 사회와 대학간의 연관을 차단하고 양자를 격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며 그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대학의 학술연구를 위축시키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같은 학술원회장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이다.
물론 우리는 이같은 지시를 내리게된 사정을 촌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지시가 비록 애국적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그 발상에는 우리가 근본적으로 납득할수 없는 몇가지 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당국자는 특수성의 원리를 보편성의 원리로 부당하게 확대 적용한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같다. 수술이나 국민보건등의 주제를 다룬 「막연한」연구발표가 과연 『국민생활에 본의아닌 혼란』을 야기케 하는 특별한 경우가 될 것인가 하는데도 논의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그같은 논의는 차궤하고서 백보를 양보하여 몇개 특수분야의 연구결과의 공개가 국민생활에 바람직하지 않은 혼란을 빚어 낸다해서 교수들의 연구결과의 발표에 대하여 사전협의를 권장한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며, 특히 그것은 한국의 오늘의 실정에 비추어 일종의 강압적 규제로 화할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국방과학이나 정책과학의 분야에서는 이런 지시가 내리기 이전에도 이미 대학과 당국과의 협의·협조는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고있다.
그렇다면 경제분야나 보건분야에 있어서도 그 연구결과의 발표가 국민생활의 안전에 직결되는 어떤 문제를 야기시킬 우려가 있을때엔 역시 안보문제의 경우처럼 어디까지나 묵수「케이스」로서 다룰 일이지 모든 연구발표에 보편적으로 사전협의를 규제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둘째로, 교수들의 연구발표는 모든 분야에 있어 가속도적으로 급요하고 또 급증해야 마땅하다. 그건 비단 연구발표의 분량에 있어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의 질에 있어서도 갈수록 분화·전문화·심화되어야 할것이다. 그 같은 연구 내용을 어떻게 관계당국의 제한된 인원과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일일이 사전에 심의·협의하여 발표여부를 결정한다는 말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인 어려움보다도 더욱 중요한 문제는 도대체 발표의 적합성여부를 관청의 창구에서 판가름 할 수 있겠는가, 아니 하여서 좋겠는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는 대학이 관청의 「위」에 있다고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청이 또한 대학의「위」에 있다고도 보지 않는다. 양자는 다만 「다른」세계에 속해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수의 연구발표를 관리에게 협의케한다는 것은 학문의 세계와 행정의 세계에 부당한 위배질서를 강요하는 것이 되리라 본다. 그러한 위계질서가 학술연구의 위축을 가져오리라는 우려가 어찌 기우에 그치겠는가.
뿐더러 우리는 학술정보의 자유로운 발표와 소통이야 말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요소이며 강점임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당국은 깊이 재고하여 잘못된 지시라면 철회하는 용기를 가져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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