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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철책 옆에 통일촌 새 모습-총성 멈춘지 20년 격전의 상양 씻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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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기도 파주군 임진면=이두석 기자】 휴전 20년. 귀농선 이북 버려진 땅에 새마을이 들어섰다. 북한의 하늘을 이웃한 이 마을은 이름도 통일촌.
경기도 파주군 군내면 공덕리, 「자유의 다리」건너 장단군「수뇌」 나루터 앞 옛 백년부락 터에 20년 동안 무성했던 잡초를 말끔히 없애고 원색의 기와가 반짝이는 근대마을이 건설되었다.
단독주택 80채와 논밭 2백40정보가 격전의 상혼을 말끔히 씻고 새 모습을 드러냈나. 그러나 이 마을 농경지의 북쪽에는 휴전선철책이 무겁게 도사리고 있다.
공덕리 통일촌은 지난 3월 첫 삽질을 한 후 총 면적 3백2㏊중 1백40㏊가 논밭으로 개간됐다.
정부의 통일촌 건립계획에 따라 내무부·국방부등 각부가 협동지원, 이룩한 통일촌은 오는 30일 이곳 공덕리와 강원도 철원군 금화읍 유곡리 두 곳에서 새 주민들의 입주식이 열리며 75년까지 모두 13곳에 건설된다.
이 통일촌은 총 5천4백9㎞의 유휴지를 개발, 6천9백55명이 정착한다.
15평 크기의 집과 학교·마을회관 등이 완공되었고 27일 입주예정인 80가구 중 60가구가 이미 입주를 끝내고 새 삶의 터를 닦기에 한창이다.
권영한씨(35)는 공덕리에서 나서 자란 토박이. 사변으로 고향을 떠난 사이 12세의 소년이 1남1녀의 아버지가 되어 다시 옛 고향을 찾아왔다.
권씨는 3천평의 밭에 군청에서 나누어준 메밀 씨를 뿌리면서 입주자중 32가구가 이곳 출신이어서 어린시절의 고향을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논 2정보(6천평)씩, 밭도 1정보(3천평)씩 나누어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부락민공동으로 논 8만평에 벼를 심고 6만평의 밭에 콩을 심어 공동수확을 해 마을기금을 만들겠다고 자랑했다.
새로 건설된 이 부락은 과거 농촌의 경작방법을 완전 탈바꿈하여 최신 농기구인경운기를 2가구당 1대씩 확보했다.
72년 육군상사로 제대, 입주한 김여식씨(36)는 입주전인 지난 4월 16일부터 5월 1일까지 파주고등농민학교에서 영농교육을 받아 능숙한 솜씨로 경운기를 조작했다.
김씨는 마을에 진입로·배수로·용수로가 규격대로 닦아지고 논밭이 바둑판처럼 반듯하다면서 황무지를 옥토로 만드는 기쁨에 벅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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