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병리·미생물·생리·기생충·해부 등 기초의학 전공의가 모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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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임상전문의는 해마다 느는데 비해 미생물 등 기초의학전공의는 늘지 않아 엄청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돈벌이가 좋은 산부인과·외과·내과·소아과 등 전문의 분야엔 해마다 임상전문의의 숫자가 늘어나는 반면 벌이가 신통치 않고 고달픈 병리 등 기초의학분야는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아 전공의가 크게 떨어지는 데다 10여년째 그 수가 늘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이 때문에 정확한 검사분석을 통한 각종질병의 진단 및 기초의학확립에 균형을 잃어 앞으로의 국민보건향상에도 상당한 저해가 올 것으로 의학계는 우려하고 있다.
26일 대한의학협회 산하 각 학회에서 조사된 바로는 주요기초의학분야를 전공하는 의사는 ▲병리 1백40명 ▲미생물 40∼50명 ▲기생충 70여명 ▲생리 30여명 ▲해부학 30여명 ▲혈액 70여명 ▲생화학 50여명 ▲약리 50여명 ▲예방의학 2백여명으로 줄잡아 6백90여명.
이는 지금까지 면허가 발급된 전체의사 1만7천2백40명의 4.1%에 불과해 대부분의 의사가 개업전문의임이 나타났다.
▲미생물분야는 62년 총 회원이 47명이었으나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공의는 여전히 50여명뿐이고 ▲생리학 분야는 62년에 총 회원이 37명이던 것이 계속 30명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해부학분야도 28명에서 30여명으로 고작 2, 3명이 늘어났을 정도여서 지망생이 거의 늘지 않았거나 연간 1, 2명이 늘었을 정도. 63년에 전문의 제도가 생긴 이래 연평균 2∼3명씩 모두 30여명이 배출된 임상병리가 그 중에서도 많은 편이다.
기초의학분야 가운데 특히 해부는 최근 3년째 1명의 지망생도 없다.
뿐만 아니라 임상병리의 경우 그동안 배출된 전문의의 3분의 1인 35명이 미국 등지로 이주해 버렸고 해부도 10%인 3명이 건너가 버려 가뜩이나 부족한 일손은 더욱 모자라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내의 유수한 종합병원인 K·H·J병원 등 큰 병원조차도 임상병리전문의를 놓쳐 연세대·서울대병원의 전문의들이 야간에 틈틈이 나가 「나들이검사」를 해주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각종 세균·「바이러스」등 감염성 질환의 원인체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미생물전공의는 전국 2백66개 병원 중 국립의료원·서울대병원 등에서 1∼2명이 있을 뿐 나머지는 임상병리 전공의가 대신 검사를 하고있고 보사부 산하 11개 검역소 중에도 마산검역소에만 전공의가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테크니션」(기사)들이어서 그중 심각한 일손 부족을 빚고 있다.
또한 특수기생충 검사, 혈청학적 진단 등 까다로운 기생충검사도 기초의학교실이 없는 대부분의 병원에선 인근 의대의 기생충교실신세를 지는 형편이다.
한편 각 기초의학계는 『의사들의 이 같은 지망기피현상은 임상의학과의 현격한 대우 격차와 연구시설의 부족 때문에 빚어지는 것』으로 원인을 분석, 각 의료기관에서 기초의학의사들에 대한 대우를 개선하고 미생물학 등 일부분야는 전공의를 공인, 임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체제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건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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