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성들의 사회활동-미 여생계를 돌아보고 온 배경숙씨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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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의 여성계를 돌아보고 온 사람들 중에는 『미국을 유지하는 커다란 힘 중의 하나가 수많은 여성자원봉사자(볼룬티어·워커)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의 거의 모든 여성들이 즐겨 자원봉사자로 나서고 있다면 그들을 동원해내는 힘은 무엇일까.
지난 5월 18임∼6월 23일 미국여성유권자연맹 초청으로 도미, 여성지도자 훈련을 받고 돌아온 배경숙씨(한국여성유권자 연맹 연구조사부장·건대 강사)는 『나의 가장, 나의 주변을 위해 일한다는 극히 실용적인 계기에서 자원봉사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내가 방문했던 한 국민학교의 어머니회를 예로 든다면, 이들은 60명이 회원인데 매일 당번을 정해 선생님의 가르치는 일을 돕고 있어요. 학과시간에 같이 들어가 선생님의 조수로 일하고 있는 거지요.』
또 학과시간에 들어가지 않는 어머니들은 부모 없는 학생들을 낮시간에 돌봐준다든지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내 아이들의 교육을 좀더 효율적으로 해보겠다는 어머니들의 이러한 활동은 교사들을 일면 견제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큰 도움을 주기도 하고 있죠.』 『양로원에 있는 노인들은 또 병원환자들에게 줄 점심도시락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은퇴한 영양학교수 할머니가 지도를 하고 있었는데 할머니들은 「일하는 기쁨」으로 노후의 쓸쓸함도 잊고 있는듯 했어요. 이렇게 만들어놓은 도시락들은 또 남성「볼룬티어·워커」들이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와서는 병원까지 실어다주는 일을 맡고 있었어요.』
자원봉사자들의 조직과 연락이 이렇게 완벽하게 짜여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사회는 부분적으로 오류가 있다해도 근본적으로는 향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되었다고 배경숙씨는 말한다.
가정주부나 할머니들 뿐 아니라 자기 일에 쫓기는 교사·아동심리학자·사회학자 등으로 구성된 「볼룬티어·그룹」은 또 청소년 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는 문제아들을 감옥에 두는 대신 집으로 데리고 가 문제의 파악과 치료에 협력하고 있었다.
모두가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 시간을 쪼개내어 「나의 이웃」을 위한 무보수봉사에 나서는 것을 하나의 의무로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볼룬티어·워커」의 조직이 싹틀 소지는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봐요. 많은 여성인력이 가정에만 머무르며 일을 찾고 있으니까요. 이들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여성 하나 하나의 일이 나의 이웃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돕고 좀더 나은 국가의 내일을 가져온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만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자신들의 사회참여가 하나의 큰 힘으로 뭉쳐 국가시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의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하면서 배경숙씨는 『신뢰의 바탕』이 자원봉사활동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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